5년 반 동안 6.5조원 규모...의원실에선 부실처리액 증가 추세 '걱정'
산업계 "기업은행 아니면 해줄 곳도 없어"...안쓰러운 은행계 "총대 멘 셈"

IBK기업은행이 지난 5년 반 동안 기술금융대출과 관련해 부실처리한 금액이 6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놓고 정가에서 걱정해 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그 각도가 부실처리금의 '증가세'라는 방향성에 맞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또한 따르고 있어, 여의도 정객들이 국책은행에 대한 응원에 더해 업무 이해도를 조금 더 높여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는 주문도 나온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을지로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급여체계 등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중에 중소기업은행들을 돕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시중은행들과 일반소매금융 영업 경쟁도 펼치고 있다. [사진=임혜현 기자]
을지로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급여체계 등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중에 중소기업은행들을 돕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시중은행들과 일반소매금융 영업 경쟁도 펼치고 있다. [사진=임혜현 기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기술금융대출 부실처리금액은 총 6조5579억원이다. 부실처리액은 2020년 7천319억원에서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의원실은 설명했다. 지속된 증가 흐름에 결국 2024년엔 1조8360억원으로 약 2.5배까지 커졌다는 것이다. 올해도 7월 말 이미 9338억원을 기록, 앞으로 연말 최종 규모가 걱정된다.

의원실에 따르면 기술금융대출 부실처리액 내역은 외부에 매각된 채권이 2조8020억원으로 절반에 약간 밑돌았다(42.7%). 그 뒤로 대위변제 2조634억원, 대손상각 1조4943억원, 담보 처분 1235억원 등 다양한 처리 수법이 동원됐다. 

기술신용평가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기술금융대출 잔액이 늘고 있지만, 부실처리 금액도 같이 늘어나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이 의원 측은 짚었다.

이 의원은 언론에 "지난해 기술신용평가 제도를 개선했음에도 부실한 기업에도 무분별한 대출이 이뤄져 부실 처리되는금액이 매년 늘고 있다"고 우려를 내놨다. 아울러 이 의원은 "기업은행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일반 대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부실처리 금액을 줄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기업은행의 기술금융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124조9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약 10조원 증가했다. 특히, 은행계에서도 유난히 이 영역을 홀로 짊어지고 나가는 경향이 크다. 해당 대출의 기업은행 점유율은 38%에서 40.6%로 올라가며 1위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 측의 문제 제기가 국책은행 자부심에서 묵묵히 어려운 영역에서 과도한 업무를 진행하는 상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기술금융대출은 담보력이 부족하지만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4년부터 금융당국과 전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정책금융 프로그램이다. 이게 없으면 기술력만 있는 유망 기업들은 정말 어려워지는데 물꼬를 지금 틔워놓은 상태이고 그 중 많은 부분을 기업은행 창구에서 해준다"고 말한다. 

은행계에서도 기업은행의 상당한 기술금융대출 비중을 보며 마음이 복잡하다. '뺏고 싶은 시장'인 동시에 '그냥 웬만히만 하고 싶은 영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은행원은 "어렵고 해서 경우에 따라선 하기 싫은 경우도 있다. 어떤 때는 기술력은 확실히 있는데 이게 위험성이 높진 않나 까다로워서 그냥 접으려다가, 국익을 생각해서 한다는 생각에 눈 질끈 감고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일반 재벌대출처럼 똑같이 생각하는 것 같다. 이걸 많이 하는 은행은 결과상 미흡한 점이나 아쉬운 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일단 격려를 더 많이 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은행은 해당 대출 시장에서 은행계 대표선수로 뛰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위험 회피 노력을 적게 기울이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금융감독당국이나 은행연합회 등의 지표에서도 잡히는 것도 안쓰러움을 더한다. 은행들은 기업의 대출 신청을 받으면 기술신용평가(TCB)기관에 평가를 의뢰하고, TCB 평가와 자체 심사를 통해 여신을 결정한다. 즉 이를 살피면 위험회피노력을 일정 부분 짐작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기업은행이 기술신용평가 담당 6개 TCB기관(나이스디앤비·NICE평가정보·서울평가정보·이크레더블·한국기술신용평가·한국평가데이터)에 의뢰한 평가 건수(수수료)는 2023년 7만5080건(139억원 상당) 이후 매년 늘었다.

올해는 아직 안 끝났지만, 이미 7월 말에만 5만7402건(142억원 이상) 기록을 세워, 심사를 성실히 하고는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즉, 해당 분야 대출의 업권 1등이고 대출 규모가 증가이므로 심사 건수나 수수료도 는다고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노력을 그만큼 기울이고 있으며 비용 절감 등은 결코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기술신용평가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기술금융대출 잔액이 늘고 있는 상황, 다만 부실처리 금액도 같이 늘어나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유효하지만 그래서 일응 아쉽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이 건을 지적한 이 의원이 국민의힘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거물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자칫 정치적 타격감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금 더 가벼운 질책을 해주는 것이 정치적 비중이 높은 의원실들에 요청된다는 피감기관 내지 경제계에서는 더러 나오기도 한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