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6일부터 일본차 관세 27.5%→15% 인하… 한국은 25% 유지
스포티지-RAV4 가격 역전 우려… 현대차·기아 주가 급락
여한구 본부장 방미 협상 중…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3213_241472_017.jpg)
미국이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면서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한국과 격차가 10%p나 벌어지게 됐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한일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역전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며 현대차·기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5일(이하 현지 시각) 연방 관보를 통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무역 합의 이행 행정 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일본은 지난해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투자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일본이 45일 이내 자금을 조달하며, 투자 이익은 원리금 변제 전까지 양국이 절반씩 나눈 뒤 변제 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조건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 7월 30일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서명이 지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보증 형태를 선호하고 있지만, 미국은 일본처럼 사실상의 '백지수표'를 요구하며 현금 투자를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관세 적용으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를 들어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미국 권장 소비자 가격(MSRP)은 3만 290달러로, 경쟁 차종인 도요타 RAV4 하이브리드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관세 차이가 가격에 전액 반영될 경우 스포티지는 3만 7863달러가 되는 반면, RAV4는 3만 7778달러로 오히려 저렴해진다.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현대자동차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3213_241474_15.jpg)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에만 미국 관세에 따라 영업 이익이 1조 6142억원 감소하는 타격을 입었다. 관세 적용 하루 전인 15일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각각 3.8%, 3.97% 급락하며 코스피 사상 첫 3400선 돌파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협상 타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에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았다. 워싱턴DC에 도착한 여 본부장은 취재진에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며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대한 빨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미 투자 협상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어 여 본부장이 만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 대표와의 회담에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협상 대신 "25% 관세를 감내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최근 '미국 자동차 고관세 부과 이후 자동차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 감소와 소형차 위주의 시장 재편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동안 210억달러(약 30조8175억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X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3213_241491_3556.jpg)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차량 가격 상승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세단형 승용차, 중소형 SUV 등으로 수요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 차종은 우리 완성차 업체의 대미 주력 수출 차종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차종의 미국 내 생산 물량이 경쟁사 대비 적은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계속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등 경쟁력을 유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