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대주주 정당한 권리 행사…적대적 M&A 허구"
고려아연 "영풍, 기업 가치·경쟁력 훼손 몰두"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TV 유튜브 갈무리, 고려아연 제공]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TV 유튜브 갈무리,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양측이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이어가는 등 아직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이 전날 자사의 지배구조 개선 성과를 강조하며 상대 측을 비판하자 영풍은 16일 "최대주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허구의 프레임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16일 영풍은 전날 고려아연의 입장문에 대한 반박문을 내고 "대주주의 정당한 주주권 행사는 적대적일 수 없다"며 "영풍이 지향하는 경영 정상화는 최대주주의 권리이자 고려아연 지속 가능성 제고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영풍은 "고려아연은 사외이사 확대나 집중투표제 도입을 지배구조 개선 성과라 내세우지만, 이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배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라며 "현 경영진은 소수 지분만으로 회사 자원을 지배력 방어에 활용하며 사익을 우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풍은 세계 최초 무방류시스템 도입 등 실질적 개선에 앞장서 왔으며 미비한 부분은 성실히 보완하고 있다"면서 "이는 지배력 분쟁의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영풍은 또 "경영진이 회삿돈으로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수하고 해외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주총 전날 불법적인 상호주를 형성해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했다"며 "이에 대응하는 것은 최대주주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풍은 "고려아연이 전략 광물 공급망 핵심 기업으로 국제사회와 투자자 신뢰를 얻으려면 최윤범 회장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이고 비정상적인 경영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영풍은 "모든 주주와 함께 고려아연의 미래를 위한 투명한 경영 체제 구축을 끝까지 추진할 것”이라며 “우리의 목적은 지배력 확보가 아닌 최대주주의 정당한 경영 정상화로, 이는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회복과 모든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현장. [고려아연 제공]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현장. [고려아연 제공]

◆ 고려아연 "해외자본에게서 회사 지켜낼 것"

한편, 전날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사외이사 의장 제도와 집중투표제 등을 도입했고, 이사회 산하 5개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꾸려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였다"며 "주주·시장과 약속한 자기주식 소각 역시 성실히 이행하며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친화 모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풍은 1년 전 약탈적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기습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한 이래 고려아연의 경쟁력과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비상식적인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3년째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며 온갖 환경오염 논란과 고발, 재판에 시달리는 영풍은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할 때 오직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훼손에만 몰두하는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이라는 경쟁력과 가치의 훼손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써야 했다"며 "지난 1년간 양측 사이에 발생한 소송만 24건에 달하는데, 과도한 법적 분쟁은 기업의 정상적 경영 활동을 저해하고 경영진 의사 결정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고려아연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임직원 모두가 합심해 기업 가치와 위상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영풍·MBK의 거짓과 왜곡·탐욕으로부터, 그리고 국가기간산업과 전략 광물 허브, 탈중국 공급망을 흔들려는 해외자본에게서 당사를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경영권 분쟁을 1년째 이어가는 동안  양측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고려아연은 10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부채비율은 치솟고 차입금은 5배나 급증했다. 영풍도 올 상반기 영업손실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그나마 고려아연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략 광물과 희소 금속 등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19인이다. 4인은 법원에 의해 직무정지 상태로 실제 이사로 활동하는 인원은 15인이다. 이 가운데 6인(최윤범·정태웅·장형진·황덕남·김도현·이민호)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과 MBK·영풍은 본인 추천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위해 치열한 여론전과 주주 설득 작업 등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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