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분과위 개최 앞두고 사전 설명회 열어 설득 시도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갈등 속 1년 9개월째 사업 표류
"상생 협력 방안 마련하라" 여야 한목소리 비판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3138_241370_556.jpg)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7조 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을 위한 수의 계약을 추진하려다 민간 위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1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12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 민간 위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의 계약으로 추진하는 안건을 설명했다. 방사청은 오는 18일 열리는 분과위에서 해당 안건을 공식 상정할 예정이다.
방사청은 "기본 설계 수행 업체가 관행에 따라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아왔다"는 점을 근거로 수의 계약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KDDX 사업의 기본 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상태다. 그러나 일부 민간 위원들은 수의 계약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의 수의 계약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17일과 4월 24일에도 분과위에서 수의 계약을 결정하려 했으나, 민간 위원들의 반대로 안건이 보류됐다. 당시 민간 위원 6명은 '왜 수의 계약을 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반대했다.
분과위는 위원장인 방사청 차장을 포함해 총 25명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민간 위원은 6명이다. 의사 결정 방식이 다수결이 아닌 의견을 모으는 방식이라, 소수라도 반대하면 안건 처리가 어렵다.
민간 위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방사청은 12일 설명회에서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HD현대중공업과 수의 계약으로 진행하는 대신, 한화오션이 상세 설계에 일부 참여하고 5척의 후속함은 경쟁 입찰에 부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상생안은 오히려 위원들의 빈축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성·구체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제안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한화오션의 상세 설계 참여는 업체 간 합의를 전제로 하는 등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속함 경쟁 입찰 역시 선도함 건조 업체가 구조적으로 유리해 '빚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최첨단 수상함 함정 모형들 [한화오션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3138_241371_5537.jpg)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총 7조 8000억원을 투입해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실전 배치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사업은 개념 설계→기본 설계→상세 설계,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 설계는 한화오션, 기본 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상태다.
그러나 상세 설와 초도함 단계에 있는 해당 사업은 2023년 12월 기본 설계 완료 이후 1년 9개월 가량 멈춰 있는 상태다. 사업자 선정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을 벌여온 게 주요 원인이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 설계를 담당한 자사와 관행대로 수의 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화오션은 "군사 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전력을 감안해 수의 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DDX 사업 지연을 둘러싼 논란은 국회로도 번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방사청의 메시지 관리가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부 의원은 "방사청이 '공동 개발, 동시 발주, 동시 건조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 추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가 뜬금없이 수의 계약을 꺼냈다"며 "죽기 아니면 살기, 양단의 결투를 하는 이런 방산은 더 이상 안 된다. 방사청에서 제대로 된 상생 협력 방안, 그리고 협력업체들이 꾸준히 믿고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안을 한번 갖고 와보라"고 요구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도 "국내에서 굴지의 대기업이 싸우는 과정에서 해외에서 우리가 수주해야 할 엄청나게 많은 기회들을 다 잃어버리고 있다"며 "방사청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된다"고 지적했다.
KDDX는 100% 국내 기술로 만들기 때문에 해군 전력 강화는 물론 한국의 방위산업 기술을 세계에 알릴 기회로 평가된다. 방사청은 18일 분과위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오는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를 열어 사업 방식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