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원 자문계약 체결…"상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신고서 부실기재도 문제 제기
"회사 자금 사적 전용"
"건전한 지배구조와 주주권익 보호 위해 철저한 수사 필요"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TV 유튜브 갈무리, 고려아연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2949_241090_3451.jpg)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사장, 그리고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운영사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를 상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영풍은 11일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를 통해 서울용산경찰서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은 회사 자금을 이용해 주주총회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고, 액트 이상목 대표는 이를 수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당사는 해당 업체가 제공하고 있는 여러 서비스 중 주주총회 자문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고발장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은 지난해 4월경 액트와 연간 4억원, 2년 동안 총 8억원 규모의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액트는 이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 소액주주연대를 설립·운영하고, 주주총회 의결권 위임장 수거와 전자위임장 시스템 운영, 우호 세력 확보 등을 담당했다.
영풍 측은 "이 같은 행위는 상법 관련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상법 제634조의2 제1항은 회사의 이사나 경영진이 주주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회사의 자금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영진 개인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 회사 전체의 이익과는 무관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발장은 이상목 액트 대표가 이러한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으로부터 금전을 수령한 점을 문제로 삼았다. 영풍은 "상법 제634조의2 제2항은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이익을 제공받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며 "계약을 통해 실질적으로 경영진의 의결권 확보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금전을 취득한 것은 이익수수 금지 규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풍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상법 위반에 그치지 않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업무상 배임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자금을 경영권 방어라는 개인적 목적에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다.
고발장에서는 "고려아연의 자금은 회사와 주주의 공동이익을 위해 사용돼야 함에도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이 이를 사적으로 전용했다"며 "이는 명백히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영풍은 또한 액트와 고려아연, KZ정밀(옛 영풍정밀)이 자본시장법상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제도를 위반한 부분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작성된 문건에 따르면 액트는 위임장 용지나 참고 서류를 교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려아연과 영풍의 주총 안건을 두고 다수 주주와 접촉했고, 고려아연과 KZ정밀은 액트를 의결권 권유 업무의 대리인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영풍 관계자는 "이는 자본시장법 제152조 위반에 해당하며, 금융당국의 정정명령·권유 정지 등 제재와 함께 거짓 기재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영풍 관계자는 "이번 고발은 단순히 경영권 다툼의 차원을 넘어 회사의 건전한 지배구조와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수사 당국이 혐의의 실체를 규명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액트와 공조 논란에 대해 고려아연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소액주주 플랫폼과는 별개로 전자위임·기업분석 자료 제공, 주주총회 컨설팅 등 '기업분석·주주행동 관련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주총회 컨설팅 업체와 고려아연이 맺은 주주총회 자문 계약을 영풍이 일방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액트가 제공하고 있는 여러 서비스 중 주주총회 자문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고려아연 측은 "당사는 해당 업체에게서 시장과 주주의 관심이 매우 높아진 '고려아연 주주총회'의 성공적인 운영과 소액주주 등을 위한 주주친화적인 주주총회 안건 개발 관련 자문 서비스를 제공받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 주주친화적인 안건으로 주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