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MBK 오만방자, 신속한 조사 통해 제재해야"
금융위원장 후보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수천 명의 노동자의 생계와 수많은 협력업체, 그리고 지역 경제까지 흔드는 파급력을 지닌 '홈플러스 사태'를 초래한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철저히 조사하고 중대한 위법 행위 발견 때는 상응하는 조치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관련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심각하게 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는 MBK에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되느냐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결과를 아직 본 게 아니다"라고 답하면서도 사안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 자리에서 같은 당 소속 김남근 의원은 "금감원 제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MBK는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축출돼 이런 식으로 홈플러스 같이 10만명이 걸려 있는 이런 사업장들을 사실상 청산시키겠다는 행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신속한 제재를 촉구했다.

앞서 이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에서도 MBK가 일으킨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최근 제기된 사안에서 나타난 PEF의 일부 행태는 시장과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 답변은 기습 회생 절차로 투자자와 근로자,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손해를 끼친 MBK를 겨냥함과 동시에 사모펀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DB]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DB]

아울러 금융위의 하위 기관이자 감독기관인 금감원은 최근 이찬진 원장 취임 이후 MBK에 대한 행정제재 절차를 본격화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이후 최종 의사결정은 금융위 몫이다. 제재 수위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영업정지, 등록취소 순이다.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MBK에 대해 위탁운용사 선정 취소나 선정절차 중단을 할 수 있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운용 책임자로서 MBK의 불건전영업행위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말 MBK에 검사의견서도 보냈다. 검사의견서는 MBK가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양도하면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의지를 보이고,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하는 금융위의 수장 후보자도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MBK의 중징계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은 MBK를 향한 비판과 함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남근 의원은 "전임 금융위원장이 검찰 수사 핑계를 대며 MBK를 제재하지 않아 결국 우려한 홈플러스 줄폐업 사태가 현실화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MBK를 똑바로 제재하지 못해 MBK가 오만방자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를 향해 "위원장에 취임하시면 철저히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정 의원은 "MBK는 홈플러스 회생 절차를 신청하기 직전에 채권을 발행하는 등 사기 채권 발행으로 고발됐다"며 "RCPS 상환권 조건이 홈플러스 측에 유리하게 변경되면서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거듭해서 "MBK에 대해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고려하고 있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회적으로 MBK에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에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총 6121억원을 투자했다. RCPS 인수에 5826억원, 보통주 매입에 295억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리파이낸싱과 배당금 수령으로 약 3131억원을 회수했으나, MBK의 기습적인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신청으로 나머지 약 3000억원에 대해서는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회생절차 진행 중 자금 압박 완화를 위해 임대료 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 시흥점·가양점·일산점, 인천 계산점, 안산고잔점, 수원 원천점, 화성동탄점, 천안신방점, 대전 문화점, 전주완산점, 대구 동촌점, 부산 장림점·감만점, 울산 북구점·남구점 등 15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폐점하겠다고 밝혔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수천 명의 노동자와 수많은 입점 업주의 생계 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며 “MBK 김병주 회장이 내부 경영 실패를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병국 회장은 “MBK는 10년간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하며 경영 정상화에 무관심했다”며 인수 당시 약속한 1조원 투자금과 회생신청 후 약속한 사재 출연 이행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 6월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일부 의원들과 비공개 면담에서 1조원 이상의 사재를 출연하는 방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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