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이 2일 처음 연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맞서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회장이 2일 처음 연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맞서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검찰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와 투자책임 배재현, 그리고 원아시아파트너스(이하,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 등 SM엔터 주가조작의 주요 인물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중형을 구형한 데 따른 후속 대응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서 카카오 측과 원아시아가 공모해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고,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1일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이하 ‘원아시아’)의 하바나제1호 사모펀드에 단독으로 1016억 원을 출자한 정황을 지적하며,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SM엔터 주가조작에 공모했다는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사재판에서 증언 등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2023년 2월 10일(금요일), 카카오 투자 책임자 배재현이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에게 “SM 주식을 1000억 원 규모로 매입해 달라”고 요청한 직후인 2월 14일(화요일)에 정관을 개정했다. 펀드 정관 개정은 법률 검토 등을 위해 최소 2주일 이상 걸리는 절차임에도, 출자요청기간을 단 1영업일로 축소하고, 수익 배분 구조를 원아시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조정하는 등 이례적이고 공격적인 조건으로 변경된 바 있다.

그 바로 다음 날인 2월 15일(수요일)부터 고려아연은 해당 펀드에 단독으로 총 1016억 원을 출자하기 시작했고, 2월 16~17일 사이 해당 자금은 SM엔터 주식 대량 매집에 활용됐다. 이는 검찰이 “공개매수 저지를 위한 장내매수형 시세조종”으로 규정한 자금흐름의 핵심이다.

하바나1호 펀드는 고려아연이 99.82%를 출자한 사실상의 단독 펀드로, 일반적인 펀드 운영과 달리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자금 출자자이자 실질적 의사결정 주체로 기능했음이 명백한 것으로 여겨진다.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중학교 동창으로 개인적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이와 같은 구조 하에서, 펀드의 정관 변경과 자금 집행이 대표이사의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윤범 회장이 해당 구조를 사전에 인지하거나 승인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 혹은 배임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SM엔터 주가 조작에 관련한 형사 재판 과정에서, 카카오엔터 측 투자 임원은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저지 직후인 2023년 3월 최윤범 회장과 김범수 의장이 함께 만난 자리에서 최 회장이 김 의장에게 “배재현 투자 책임이 이번에 아주 훌륭한 일을 해서 좋은 성과가 있어서 축하드린다”며 “저희하고도 이렇게 간접적으로 앞으로도 서로 협력을 잘해보자”와 같은 발언을 했다고 증언한 바, 양자간 공모까지 의심받고 있다.

영풍은 “SM엔터 주가조작의 실질적인 자금줄이었던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대표를 즉각 조사해야 하며, SM엔터 주식 매입 구조에 대한 사전 인지 및 공모 여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검찰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과 함께 벌금 5억원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카카오 그룹의 총수이자 최종 의사 결정권자로 적법한 경쟁방법이 있음을 보고 받았음에도 지속적으로 반대했다"며 "범행 수익의 최종 귀속 주체로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하는 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김 위원장은 법원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가 3달 뒤 보석이 허가돼 석방됐다.

김 위원장와 공모하고 주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5억원,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 대표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5억원, 강호중 카카오 전 투자전략실장에게 징역 9년과 벌금 5억원이 구형됐다. 

또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에게 징역 7년과 벌금 5억원,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5억원, 김태영 원아시아파트너스 사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5억원을 각각 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원아시아에게도 각 5억원의 벌금이 구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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