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리쇼어링·금융주권 회복·산업 확장 3중 효과 기대돼
민병덕 의원, "은행 외로도 블록체인 특성 반영한 제도 필요"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제도권 내 자금 리쇼어링 전략' 세미나 개최

[사진=장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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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주권과 디지털통화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을 장악해 국내 투자자와 법인이 보유한 디지털자산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어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자금 리쇼어링, 투자자 보호, 산업 확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 안전자산 확충과 기금형 운용 모델 구축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6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경미디어그룹 디지털자산 계열사 블루밍비트와 함께 "131조 국부유출을 막아라: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제도권 내 자금 리쇼어링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디지털자산법)'을 중심으로 신용공여,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 디지털자산 산업의 핵심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규제 공백 속에 국세청 통계 기준 130조8000억원 규모의 국내 법인 및 자산가가 보유한 디지털자산이 해외로 유출된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고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디지털자산법은 지난 6월 10일 민병덕 의원의 대표발의로 소개됐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포괄해 유형별 인가·등록·신고 및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또 은행뿐 아니라 주식회사, 금융기관, 외국 법인 등 다양한 비은행권 주체에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발행을 허용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의 인가제를 도입해 이를 관리하도록 한다.

현재 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디지털자산에 대한 인가제, 준비자산 요건, 상환 의무, 이자 지급 등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포괄적 규율체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거나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그러나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늦어지는 이유로는 금융위와 한국은행 간 이견이 꼽힌다.

한은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외환시장 변동성과 자본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기반으로 빠르게 전환될 경우 외환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금융위는 민간 혁신과 산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업계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성장에 대비해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입법이 지연될수록 국내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이 늦어져 투자자 손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리쇼어링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 공장과 일자리를 자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며,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경제의 정치·경제적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에서는 이미 은행뿐 아니라 법인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곳이 많다"며 "한국도 마찬가지로 은행 중심이 아닌 블록체인 특성을 반영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에서는 이미 은행뿐 아니라 법인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곳이 많다"며 "한국도 마찬가지로 은행 중심이 아닌 블록체인 특성을 반영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민 의원은 "한국은 디지털 원화 시대를 열어 경제 영토와 통화 영토를 함께 확장해야 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그 길을 여는 열쇠이자 한국이 세계 속에서 당당히 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교통사고가 다발한다고 자동차에서 말을 타는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경제 질서 자체가 바뀌는 대전환의 시대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 앞에 서 있다"며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의 리스크 관리와 통제가 어렵다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 관리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제도에 맞는 규칙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신용공여 제도화는 해외로 유출되던 레버리지 수요를 국내 감독권으로 흡수해 투자자 보호와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는 관리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신용공여 제도화는 해외로 유출되던 레버리지 수요를 국내 감독권으로 흡수해 투자자 보호와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는 관리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첫 기조 발제로는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자금 리쇼어링 관점에서의 신용공여 제도화의 정책 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현물 투자시대는 저물고 파생상품 중심의 선물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봤다. 최근 2~3년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는 선물·옵션·무기한 계약 중심으로 재편됐고, 2024년 말 기준 파생상품 비중은 전체 거래량의 70~80%에 달해서다. 이 가운데 무기한 선물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펀딩피를 통해 현·선물 가격을 수렴시키고 있다.

2024년 4분기 기준 Binance, Bybit, OKX 등 주요 10개 중앙화 거래소(CEX) 거래량은 58조5000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79.6% 증가했다. 또 Hyperliquid, Orderly, ADEN, dYdX 등 탈중앙화 거래소(DEX)도 같은 기간 1조5000억달러를 거래하며 전년 대비 138.1% 성장했다.

그러나 국내는 가상자산 파생상품 직접 취급이 제한돼 개인과 법인의 해외 거래소 이용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 보호 공백 ▲국내 유동성 저하 ▲세원 해외 유출 문제가 발생한다. 신용공여는 국내 공식 선물시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사실상 '합성적 선물시장' 역할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빌려 매도 후 재매수해 상환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매도 포지션 구축과 같아 선물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국내 거래소 신용공여 서비스는 레버리지 투자 및 공매도 기능을 제공해 해외 유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 장치와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내 거래소 신용공여 서비스는 사실상 레버리지 투자 및 공매도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거래소 유출을 완화하고 시장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장치, 리스크 관리, 법제도적 기반 부재가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조속한 제도화 및 가이드라인 정미를 추진 중이다. 논의 예정 내용에는 ▲레버리지 허용 여부 및 한도 ▲이용자 적합성 원칙 설명 ▲대상 이용자 범위 제한 ▲대여 대상 자산 범위 ▲위험 고지 및 교육 강화 ▲이용 현황공시 방안 ▲내부통제 기준 마련 등이 있다. 특히 지난 19일 금융당국은 신규 대여 서비스 영업을 중단하는 행정지도를 발표했다. 기존 계약은 유지가능하며, 가이드라인 발표 후 그 범위 내 재영업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신용공여 제도화는 합성선물의 온쇼어화로, 해외로 유출되던 레버리지 수요를 국내 감독권 아래로 흡수한다. 투자자 보호와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는 관리된 레버리지 정책이 리쇼어링의 핵심이다. 

이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표준화된 가상자산 선물 시장 도입이 필수적이며, 제도권 내 표준화된 위험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깊이와 폭을 확대하고, 주식시장 및 벤처로의 자본 선순환과 해외자본 유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장은 "2017년까지 위완화가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의 90%를 차지했으나, 정부 규제로 주도권을 상실했고 그 빈틈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했다"며 "정책적 선택과 제도화 여부에 따라 디지털통화 주도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조재우 한성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장은 "2017년까지 위완화가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의 90%를 차지했으나, 정부 규제로 주도권을 상실했고 그 빈틈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했다"며 "정책적 선택과 제도화 여부에 따라 디지털통화 주도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이어 기조 발제 2에서는 조재우 한성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장이 '자금 리쇼어링 관점에서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정책 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국내 거래소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량은 올해 1분기 기준 약 57조원이다. 또 2024년 아시아 지역 스테이블코인 전송량은 5190억달러로 추정되며, 이 중 한국 비중은 500억달러로 예상된다. 국내 원화거래소 스테이블코인 보유량은 원화마켓 거래 지원 이후 일평균 45만달러 속도로 꾸준히 늘어나 올해 8월 기준 약 3억달러에 달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대비 거래소 보유 비율과 국내 거래소 대비 해외 거래소 보유 비율을 적용할 경우, 국내 투자자 보유량은 20억~50억달러로 추산된다. 

조 소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부재한 가운데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을 급속히 장악했다"며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디지털 경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다수 출시됐지만, 불분명한 이유로 사라지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독점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이는 인위적인 규제 환경의 산물로, 이미 스테이블코인 영토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디지털통화 주권과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환매가 불가능해 거래소 디페깅 위험에 직접 노출되고 피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투명한 준비금과 규제 체계, 환매 서비스 등을 토대로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로 유출된 달러 스테이블코인 자금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환류하면 추가적인 자금 유출을 막고, 해외 자금 유입도 촉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K-콘텐츠·K-굿즈·관광 소비가 가능해지고,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 확장, 무역결제·국제송금 등 원화 활용 분야 다각화로 산업 확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 소장은 정책 과제로 리쇼어링 자금 운용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제도화를 통해 리쇼어링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운용처 논의가 미흡하다"며 "국내 단기국고채 공급은 제한적이고, 한국은행은 추가 단기채 발행에 소극적이어서 대응 전략이 부재할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단기국채나 통안증권 공급을 확대해 단기 안전자산을 확충하고, 공공·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기금 펀드 형태의 운용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급격한 환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긴급대출, 공공 백스톱 등 유동성 지원 장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 소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자금 리쇼어링, 금융주권 회복, 산업 확장 등 3중 효과를 창출한다"며 "제도화를 빠르게 실행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지배력을 낮추고, 시장이 스스로 수요를 개척할 수 있도록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호 호환과 핀테크 한류 산업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수단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글로벌 확장과 금융 주권 수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도구"라고 강조했다.

한편, 발제 이후 업계 전문가가 모여 토론했다. 이 자리에는 류혁선 카이스트 교수,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이주현 빗썸 전략법무실장,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 강현정 김앤장 변호사, 강병하 메리츠증권 상무, 김호진 샤드랩 대표,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대표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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