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암 예방 등 연구결과 잇따라
마운자로 국내 공식 출시에 재입고 문의 쇄도
한미약품·동아에스티, 근육 보존 차별화로 도전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셔터스톡]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셔터스톡]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1황'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고 있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심혈관 질환 치료에 이어 암 예방제 영역까지 확대한 것이다.

기존에는 당뇨병 개선과 체중 감량 효과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최근 국제학술지와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들은 이 치료제의 성분이 대사질환 치료제를 넘어 잠재적 암 예방제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JAMA Oncology'에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의 약자) 수용체 작용제(GLP-1RA)의 암 예방 효과를 분석한 대규모 관찰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연구진은 미국 내 과체중·비만 성인 약 8만6000명의 데이터를 추적 관찰해,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약물 복용군과 비복용군의 암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약물을 사용한 집단은 전체적으로 암 발생 위험이 약 1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종별로 보면 자궁내막암 위험은 25%, 난소암은 47%, 수막종(뇌종양) 위험은 31% 감소했다. 반면 신장암은 위험이 소폭 증가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고 게재됐다. 연구진은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대사와 호르몬 경로 변화가 일부 암종 위험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5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에서도 유사한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는 제2형 당뇨 환자 약 8만5000명을 대상으로 GLP-1 약물 사용 여부와 암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GLP-1 약물 사용자들은 비사용자보다 비만 관련 암 발생 위험이 평균 7% 낮았고 전체 사망률도 8% 감소했다.

특히 여성 환자에서 효과가 뚜렷하게 관찰됐으며, 대장암은 16%, 직장암은 28%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체중 감소와 인슐린 저항성 개선, 만성 염증 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향후 기전 규명과 장기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심혈관 질환 영역에서도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마운자로 개발)는 최근 약 1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SURPASS-CVOT)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임상에서 마운자로는 자사의 기존 GLP-1 계열 치료제 '트루리시티'와 비교해 주요 심혈관 사건(MACE-3) 발생률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혈당, 체중, 신장 기능, 사망률 등 여러 지표에서 트루리시티보다 우수한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전체 사망률은 16% 감소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오는 9월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경쟁자' 노보노디스크(위고비 개발)는 지난해 3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위고비의 심혈관 질환 위험 예방 목적 추가 승인을 받았다.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 1만 760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SELECT)에서 위고비는 위약 대비 MACE-3 발생 위험을 20% 낮췄고,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사망률은 각각 19%, 15% 감소시켰다.

두 기업 모두 GLP-1 기반 치료제를 단순 체중 감량에서 전신 대사질환 통합 치료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장기적으로 GLP-1과 MASH 치료 영역을 주도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들이 모두 관찰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체중 감량 자체가 암 위험 감소를 유발했는지, 아니면 약물의 직접적 대사 조절 효과가 기여했는지는 임상을 통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또한 현재까지의 연구는 중·단기 추적에 머물러 있어 장기적 영향과 잠재적 부작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 마운자로 국내 출시 직후 초도 물량 소진 잇따라

이런 글로벌 경쟁 구도 속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가 이달 중순 국내에 공급이 시작돼 뜨거운 대전이 시작된 상태다. 마운자로는 전국 주요 상급종합병원과 전문 클리닉을 중심으로 환자들의 문의가 쇄도하며 초기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환자 대기 명단이 길어지고 있으며, 재입고 시점에 대한 문의가 잇따랐다.

마운자로는 GIP/GLP-1 이중작용 기전으로 체중 감량 효과가 기존 GLP-1 단일제 대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임상 결과 등에 따르면 평균 체중 감량률은 15% 안팎으로, 위고비의 12% 수준보다 우월하다는 분석이 있다.

다만 위고비가 가격을 내린 점은 마운자로 돌풍의 변수다. 국내 출시된 마운자로는 위고비의 기존 가격 대비 약 20~25%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됐으나, 노보노 측이 이달 14일부터 위고비 공급가격을 용량별로 차등적용 하면서 최대 40% 인하하게 됐다. 비만 치료제 특성상 장기 투여가 필요한 만큼, 가격 차이로 인한 마운자로의 우위 요소는 사라진 셈이다.

마운자로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위고비를 제치고 처방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만 10조 원을 넘어서며 '게임체인저'로 자리 잡았다. 업계는 국내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이 구조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본다.

◆ 기술 차별화로 틈새시장 노리는 韓 기업들

글로벌 빅파마들의 각축전 속 국내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틈새를 노리고 있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등이 대표 사례다. 

한미약품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되는 '위장관 부작용'과 '근육 손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파이프라인은 HM15275는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근육 손실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발표된 임상 1상 결과, 우수한 안전성과 함께 4주 투여만으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HM17321은 세계 최초로 CRF2 수용체를 타깃해 지방 감소는 물론 근육량 증가까지 유도하는 혁신 신약이다. 전임상 연구에서 골격근 크기 증가와 기능적 개선 효과를 모두 입증했으며 올 하반기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부작용과 근 손실이 없고, 오히려 근육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치료제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 2상에서 7%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고, 글로벌 임상 3상에서는 심혈관 및 신장 질환 발생률을 각각 27%, 32% 감소시켰다. 내년 하반기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 확보가 기대된다"며 "파이프라인 가치는 약 3778억원으로 제시하며, 오는 9월 발표될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성공률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에스티도 미국 자회사를 통해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 'DA-1726'을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에너지 소비를 촉진해 강한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미국 임상 1a상 중간 결과, 4주간 최대 6.3%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으며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동아에스티도 연말 고용량 임상 결과를 통해 파이프라인 가치를 입증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주사제'가 아닌 먹는(경구용) 비만 치료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개발 속도가 고용량군 임상 결과를 눈앞에 둘 만큼 빠르다는 평가다. 일동제약에선 내부적으로 올 3분기 중 고용량군 데이터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없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