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 충격에 관망 필요성, 한미 금리차 1.75%p 유지
1분기 역성장…금통위원 전원 3개월 내 금리 인하 공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4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기 부양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고환율 여파와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 등을 감안해 숨 고르기를 택했다.

한은 금통위는 17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 수준인 2.75%로 기준금리를 유지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금통위는 "1분기 경기 부진 및 글로벌 통상여건 악화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확대됐다"면서도 "미국 관세정책 변화, 정부 경기부양책 추진 등에 따른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고,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을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금융시장 변동성은 매우 큰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사이 1420~1480원대를 오가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480원 돌파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6년여 만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유예 조치 이후 142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한미 협상 결과에 따른 변동 가능성이 여전하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 역시 동결 배경으로 꼽혔다. 금통위는 "주택시장에서 서울 지역의 가격 오름세 및 거래량이 크게 확대됐다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둔화됐다"면서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늘어난 주택거래 영향으로 증가규모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달 서울 집값이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과 관련 대출 영향이 2분기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 단행은 부담이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한미 간 금리격차 확대로 이어져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차는 1.75%p로 유지됐다.

다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신호는 한층 분명히 했다. 지난 2월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1.5%) 달성이 요원해지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정치 불확실성 지속, 통상여건 악화 등으로 내수와 수출이 모두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예상보다 약화됐다"며 향후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으로 내수부진이 일부 완화되더라도 통상여건의 불확실성 지속으로 수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및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3개월 내로 예상했다. 그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워드가이던스(정책 방향 사전 안내)를 공개하며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인하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5월에 우리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므로 전망 수정치와 금융시장 상황, 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오는 5월29일과 7월10일, 8월28일, 10월23일, 11월27일 등 올해 다섯 번 남아있다. 

반면 미국의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는 올해 5월과 6월, 7월, 9월, 10월, 12월 등 여섯 번 남아있다. 

시카도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초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80% 이상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을 택하고, 다음(5월) 혹은 다다음(7월) 회의로 인하 시기를 늦춘 배경은, 5월초 FOMC가 금리를 동결 가능성이 큰 만큼 선제적인 인하로 한미간 금리 격차로 인한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FOMC가 연초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만큼 5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한 보다 확실한 포워드 가이던스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의사 결정을 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강승원 농협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 금통위의 가장 큰 시사점은 금통위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비둘기파적인 분위기로 바뀐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라며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환율 변동성이 없었다면 이번 회의에서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며 4월 인하 '필요성'을 인정했고, 이에 더해 신성환 위원이 사실상 빅스텝(0.50%포인트) 인하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언급했다"며 5월과 8월 추가 인하 전망에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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