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뉴진스 독자활동 금지"…어도어 가처분 인용
뉴진스측 주장한 전속계약 해지사유 모두 인정 안 돼
NJZ 측 “멤버들 힘든 시간…이의제기 예정” 공식 입장

연예 기획사 하이브 소속 레이블 어도어가 그룹 뉴진스(새 활동명 NJZ)의 독자 활동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뉴진스 멤버들의 독자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는 23일 신곡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활동 금지 결정에 팬들의 상심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어도어가 뉴진스 다섯 멤버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과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전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채무자(뉴진스)의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채권자(어도어)가 전속계약상의 중요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전속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거나, 그로 인해 전속계약의 토대가 되는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뉴진스 측이 주장한 전속계약 해지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뉴진스 측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이 매니지먼트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채권자의 경영 판단에 관한 것으로서 채무자들을 위한 프로듀싱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반드시 민희진으로 하여금 프로듀싱 업무를 맡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전속계약에 기재돼 있다거나 전속계약을 체결하는 동기 내지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뉴진스 측이 어도어가 광고제작사 '돌고래유괴단'과의 협력을 파탄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이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돌고래유괴단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채권자가 전속계약상의 중요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일릿 표절 논란이나 하니의 이른바 '무시해' 발언 등 해지 사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채권자는 채무자들에게 정산의무 등 전속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대부분 이행했다"며 "채무자들의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 통보로 채권자가 전속계약에 따른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전속계약상 의무 이행에 다소 미흡함이 있다고 해도 채무자의 시정 요구에도 전혀 시정을 하지 않았다거나 의무 위반이 반복 또는 장기간 지속됐다는 등의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단계에서 신뢰 관계가 파탄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채권자는 매우 높은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무명의 연습생들이었던 채무자들의 성공적인 연예 활동을 위해 오랜 기간 전폭적 지원과 노력을 하고, 대규모 자금까지 투자했다"며 "데뷔 후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한 채무자들이 전속계약 체결 후 2년여 만에 일방적으로 전속계약 관계에서 이탈한다면 채권자로서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고 부연했다.
![뉴진스는 지난달 7일 공모를 통해 정한 새 활동명 'NJZ'를 발표했다. [NJZ 인스타그램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3/222715_228632_3440.jpg)
한편, 뉴진스는 새 활동명을 NJZ로 정하고 오는 23일 신곡 발표 계획을 전한 바 있다. 뉴진스는 오는 21일부터 3일 동안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에서 열리는 '컴플렉스콘'(ComplexCon) 출연을 통해 NJZ로 데뷔하겠다고 예고했다. 자체적으로 정한 'NJZ'라는 활동명으로 나서는 첫 활동이 되는 셈이다. 뉴진스는 CNN, 아사히TV 등 주요 외신을 통해서도 이를 공공연하게 알리고 있다.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해 11월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이 11월29일 0시 부로 해지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멤버들은 "어도어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전속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라며 "계약을 해지하면 전속 효력은 없으므로 저희 활동에는 장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진스라는 이름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뉴진스라는 이름을 위해 싸우겠다"고도 했다.
뉴진스는 지난달 7일 공모를 통해 정한 새 활동명 'NJZ'를 발표했다. 뉴진스(NewJeans)의 약자를 활용한 새로운 팀명으로, NJZ라는 이름으로 X(옛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 새로운 SNS(소셜미디어) 계정도 신설했다. 뉴진스 상표권이 소속사 어도어에 있기 때문이다.
어도어 측은 "뉴진스의 계약 기간이 2029년 7월 31일까지 남아있기 때문에 전속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뉴진스 멤버 5인을 상대로 기획사 지위보전과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데 이어 2월에는 광고 뿐 아니라 작사, 작곡, 연주, 가창 등 모든 음악 활동과 그 외 모든 부수적 활동까지 금지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어도어는 뉴진스의 활동을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도어와 함께', '계약을 지키면서' 연예 활동을 함께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어도어는'NJZ'가 아닌 계약상 팀명인 '뉴진스'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관해 뉴진스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NJZ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해당 결정은 어도어에 대한 멤버들의 신뢰가 완전히 파탄되었음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금일 가처분 결정에 대해서는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추가적인 쟁점을 다툴 예정이며, 그 과정에서 소명자료 등을 최대한 보완하여 다툴 계획”이라며 “전속계약의 해지 시점까지 멤버들은 계약을 성실히 이행했을 뿐 아무 귀책도 저지른 사실이 없다. 시간의 문제일 뿐 진실은 곧 명확히 드러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NJZ(뉴진스) 측은 “가처분은 잠정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하며 “어도어와 멤버들 사이에는 전속계약의 효력을 확인하는 본안 소송 역시 진행 중이며 4월 3일로 예정된 변론기일에서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밝히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멤버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만, 버니즈와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을 생각해서라도 의연하고 침착하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애쓰고 있다”며 “무엇보다 팬들과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최선을 다해 임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전속계약의 유효성을 가늠할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외 매체들이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전달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빌보드는 "뉴진스의 발언을 면밀히 지켜본 해외 팬들은 그룹의 편에 서는 경향이 더 강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자신들의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소송과 가처분 신청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은 일방적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 대한 균형 잡힌 보도 없이 뉴진스의 관점을 제시하는 외신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릴 위험이 있다"고 했다.
빌보드는 지난달 27일 한국의 5대 음악 단체( 한국연예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사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목소리에도 주목했다. 당시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약속을 지키자(Let's keep a promise) : 음반제작자가 없다면 K-팝도 없다!'를 열고 "법원의 판결 이전에 계약 취소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우리 모두는 그 법적 결과가 무엇이든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갈등과 분쟁 속에서 우리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빌보드는 "결과적으로 어도어와 뉴진스 사이에서 확실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어렵다"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양측이 제시한 다양한 주장과 실질적 증거를 바탕으로 법원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봐야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