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농협은행장에 강태영 부사장
강호동 중앙회장 측근으로 분류
이복현 금감원장 영향력, 尹탄핵 이후 약해져
농협은행 노조 "회장, 인사권 행사 말아야" 최근 성명

농협금융지주가 20일 NH농협은행 차기 행장 후보로 강태영 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추천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불법적인 비상 계엄 선포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김이 수그러들면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오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강 부사장을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태영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진주 대아고, 건국대를 졸업한 이후 1991년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서울강북사업부장과 DT부문 부행장 등을 거쳐 현재 NH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강 내정자에 관해 "다년간 여신 관련 업무를 수행했고, 인사부와 종합기획부 등의 근무 경력과 일선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기획력과 영업력을 겸비한 육각형 인재"라며 "특히 DT부문 부행장 재임 시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하며 지주회장과 함께 뱅킹 앱을 그룹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섰던 디지털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사진 첫번째줄 왼쪽부터) 강태영 농협은행장 후보, 김장섭 저축은행 대표이사 후보,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이사 후보, 김현진 벤처투자 대표이사, 장종환 농협캐피탈 대표이사 후보, 송춘수 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후보. [NH농협금융지주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7879_222933_1032.jpg)
특히 강 내정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농협 내부 사정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금융감독원이 올해 상반기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서 강 회장의 인사권 개입 문제를 정조준한 이후로 눈치를 봐 왔지만, 탄핵 정국이 시작되고 이복현 원장의 입김이 약해지자 농협은행장 인선에 강 회장이 영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강 회장은 서국동 NH농협손해보험, 오세윤 NH저축은행, 이현애 NH선물 대표 등 계열사 3곳 최고경영자(CEO)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곳 계열사 CEO는 모두 이성희 전 중앙회장 체제에서 선임됐다. 당시에도 "강 회장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 교체에 맞춰 다른 금융 계열사 CEO들도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금융감독원은 중앙회의 인사 개입 정황에도 사실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반기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사태 때와 비교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초 금감원은 금융지주 회장 등 지주 경영진 선임까지는 대주주인 중앙회 입김이 작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지만 계열사 인사에 중앙회가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45조 '주요 출자자는 경제적 이익 등 반대급부 제공을 조건으로 다른 주주와 담합해 지주사 등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혼란한 정국에 더해 금감원 내부 인사 등으로 인해 현 상황에 경고장을 날릴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농협 내부에서는 강 회장을 둘러싼 불만 기류가 이미 팽배한 것으로 감지된다. 농협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의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농협의 지배구조를 수차례 지적했지만,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농협생명 대표 등의 인사에 대한 간섭과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회장이 ’선거 기간에 본인과 마음을 나눈 분들’을 챙긴 까닭에 조직이 여러 갈래로 조각나 버렸다”며 “논공행상 대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회장은 본인에게 부여되지 않은 인사권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며 “더 이상의 보은, 낙하산 인사는 내부 직원들의 희망 사다리를 걷어차는 처사이자 업무보다는 선거판에 기웃거리는 차가 출세하는 잘못된 조직문화를 양산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강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캠프 출신 보은 인사 논란에 대해 "캠프 출신이라기보다 농협 (중앙)회장 선거 기간에 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고 답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 형태인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상 중앙회의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농협중앙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지만,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심지어 농협대에도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를 채용하면서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금융권 내에서는 농협금융이 여전히 비공개로 회장과 은행장 후보를 압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그간 농협금융은 후보 롱리스트부터 숏리스트를 투명하게 공개한 바 없어 '깜깜이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선임 과정에서 후보군을 공개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선임 절차 일정은 물론 롱리스트와 숏리스트 후보군을 공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