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ㆍ코스닥 지수 하락 마감…외국인 매도세 견인
원ㆍ달러 환율 내년 상반기까지 강세 전망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향후 수개월간 정치적 상황이 투자 심리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감에 국내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이 연초 수준인 2600포인트(p)까지 회복하며, 변동성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다만, 원ㆍ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대를 유지하며 '강달러' 현상을 보일 전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9% 내린 2456.81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0.07% 하락한 2487.31로 약보합 출발했으나, 외국인 매도세에 장중 낙폭을 키워나가면서 2450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날 코스닥 지수도 694.47에 장을 마감하며 전 거래일보다 0.58% 감소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증시를 떠났던 개인 투자자들은 8거래일만에 귀환했으나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오는 19일 발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앞두고 시장경계심리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핵안 가결 이후 2500선을 일시적으로 돌파한 뒤 연이틀 하락을 이어갔다"며 "18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까지 얼마나 오랜 기간이 걸릴지 미지수인 가운데 정치적 불안 해소라는 재료는 이미 소멸된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은 FOMC 결과를 앞두고 경계심리 유입과 함께 지난주 상승 이후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며 "25bp(bp=0.01%)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점도표와 경제전망 발표 결과를 예상하며 투자자들의 저울질이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불확실성 추가 확대 리스크 그래프, 밸류·기술적 지표의 경험적 저점서 하방지지 그래프 . [현대차증권 제공]
불확실성 추가 확대 리스크 그래프, 밸류·기술적 지표의 경험적 저점서 하방지지 그래프 . [현대차증권 제공]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국회 탄핵안 가결로 정치 프로세스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현재 국내 증시가 저점을 확인하고 이미 반등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박스권 2400~2600pt를 전망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코스피를 순매도하기는 했으나, 그 강도가 높지 않다는 점과 같은 기간 코스피 선물은 순매수했다는 점에서 수급차원에서의 긍정적인 시그널을 확인했다"며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 내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이격도(종가와 이동평균 간 비율)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역사적인 저점이나 경험적인 반등 구간이라고 여겨졌던 PBR 0.85배, 이격도 90~92에서 증시가 저점을 확인한 후 반등했다"고 했다.  특히 "과거 PBR이 0.85배를 하회한 과거 케이스에서 이후 1~3개월 증시는 높은 확률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반등 여력에 관해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탄핵 과정에서 나타난 추가적인 가격 조정으로 인해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달러 환산 코리아 지수가 연중 고점 대비 -26%나 하락했다는 점과 오는 18일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유효하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추가 반등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증시에서 연간 낙폭과대 중 내년에도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라며 "반도체, 은행, 소프트웨어, IT하드웨어, 방산 업종이 기대되고, 코스피는 연초 수준인 2600p까지의 회복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증시 급락으로 신용잔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의 신용잔고 수준은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기평균 대비해서 현재 신용잔고의 상대적 위치를 봤을 때도 현재 신용잔고는 지난 2020년 이후 평균·표준편차 기준으로 -1 표준편차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고점ㆍ저점 차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엔캐리 청산 충격이 있던 지난 8월 5일 급락(-0.15%p)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중 감소가 확인됐다"며 "향후 신용잔고가 추가적으로 감소할 가능성(반대매매로 증시의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탄핵 정국 당시 원ㆍ달러 환율 추이 그래프. [하나증권 제공]
탄핵 정국 당시 원ㆍ달러 환율 추이 그래프. [하나증권 제공]

또한, 그간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확대됐던 크레딧 스프레드도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축소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 크레딧 시장 추이를 보면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스프레드가 축소됐다"며 "이번에도 불확실성 해소로 금융시장 안정과 함께 크레딧 스프레드 또한 축소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채권시장이 정치 불확실성 해소를 반영할 것"이라며 "일주일 사이에 결과가 바뀐 만큼 정치 불안보다 추경에 더 민감한 움직임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사례처럼 금리는 저점 타진 후 반등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장기물 중심으로 약세 되돌림이 클 것"이라며 "연말~연초 커브스팁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원ㆍ달러 환율은 불확실성 완화로 일부 되돌림이 나타나더라도 글로발 달러 강세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5시 22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보다 0.01% 오른 1438.6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기 전까지 1400원 근방에서 등락하던 달러-원 환율은 계엄령 선포 이후 1410원대, 탄핵 정국에 진입하면서 1430원대까지 올랐다"며 "이번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 직무 정지가 불가피해졌지만, 국민 여론에 부응하는 과정이 진행된다면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환율 상승분은 일부 되돌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ㆍ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1400원~1430원의 밴드 내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만약 환율이 1400원 초반대에서 안정되더라도 미국 예외주의 지속, 트럼프 집권 2기의 무역분쟁 등 이미 달러 강세를 유도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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