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현재 진행 중 고려아연 사업 파악 못해 '중장기 과제' 분류
주요 기술의 내용과 흐름조차 이해 못 한 자료 대중에 공개
비판 근거도 입맛 따라 '짜깁기'
트로이카 드라이브도 계승과 비판 '오락가락'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TV 유튜브 갈무리, 고려아연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7170_222103_252.jpg)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다시 한번 고려아연 사업과 비전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 세계 1위이자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중요성이 큰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업과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일환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의 경우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가 필수인데도 이에 대한 몰이해 속에 단기 수익 실현이라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또다시 보여준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영풍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려아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밸류업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료에는 고려아연의 사업 현황과 기업 가치, 그리고 지배구조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또 MBK와 영풍이 제안하는 고려아연 경영의 청사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회사 핵심 기술진이 해당 자료를 검토한 결과, 회사의 비철금속 제련사업에 대한 MBK 측의 이해도는 심각할 정도로 낮았으며,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미래 비전에 대한 고민 역시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MBK는 고려아연의 유망 사업 확장 로드맵에서 태양광 폐패널에서 유가 금속을 회수하는 사업을 중장기 과제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이미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이미 약 15만 장의 패널을 미국 에브테라 허브 내에서 처리한 바 있다. 이어 이들이 중장기 과제로 함께 분류한 폐배터리 또한 이미 온산제련소 내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하기도 했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중장기 사업으로 분류한 무지한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니켈 금속은 원료가 아닌 최종 산출물로 분류해야 하는데, 원재료에 넣었다는 점에서 아주 기본적인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원재료별 제품 생산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작성된 자료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MBK는 고려아연을 전 세계 1위 제련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라고 인정하면서도 고려아연의 지배구조와 경영 효율성에는 문제를 제기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제련업에 대한 운영 경험이 전무한 투기자본 MBK와 환경 오염과 중대재해 등으로 실패한 제련 기업 영풍이 손을 잡고 세계 1위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언급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무엇보다 단기 수익 실현이 목적인 MBK가 장기적 관점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제련업을 사들이겠다는 것 자체가 부조화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들의 실적 하락과 구조조정, 자산 매각 사례 등을 볼 때 고려아연의 경쟁력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MBK는 또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해 검토한 결과 황산니켈과 전구체 사업 이외에는 이행 수준이 매우 더디다고 지적했는데, 고려아연 측은 이 역시 사모펀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통상 기업들은 10년 후 미래 비전을 보고 신사업에 투자하는데, 단기 차익 실현의 시선으로 사업을 바라보는 약탈적 투기자본이 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업 이행 수준이 매우 더디다고 한 점도 고려아연 측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이그니오의 경우 미국 내에서 전자폐기물(E-Waste)과 인쇄회로기판(PCB) 등의 스크랩 거래량이 지난 2022년 5000톤에서 지난해 2만톤, 올해 4만톤가량으로 급격하게 늘려가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내 거점과 수거 네트워크 역량을 토대로 기존의 PCB뿐 아니라 태양광 폐패널과 전기자동차용 폐배터리, 블랙매스 등 다양한 스크랩 시장에 진출하고 있기도 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는 회사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나 중장기 사업 비전을 고민하는 대신, 해당 자료에서 보여주듯 현황 파악조차 못 한 채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MBK는 최윤범 회장 취임 후 지난 3년간 고려아연의 총주주수익률(TSR)이 꾸준히 감소했고, 동종업계 유사 기업의 중앙값과 비교해서도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했다고 지적하며 고려아연 경영 실적을 깎아내린 바 있다. 주주수익률 하락의 원인으로는 회사의 자금 누수 현상을 지목하며,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본 사업과 무관한 단순 투자 비율이 급격히 늘었다고 주장했다.
![울산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7170_222106_2544.jpg)
하지만 고려아연 측이 MBK가 근거로 제시한 각종 수치 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대부분이 교묘히 짜깁기 된 허위 주장으로 알려졌다. 먼저 고려아연의 연도별 총주주수익률(TSR)을 확인해본 결과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일시적으로 음수 전환한 것은 맞지만 올해 8월에는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또한 MBK의 주장과 달리 고려아연의 지난 3년간 투자자본수익률(ROC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동종업계 유사 기업 중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본업이나 신사업과 무관한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주장한 부분 역시 사실과 달랐다. MBK와 영풍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1130억원에 달하는 업무 유관 투자가 업무와 무관한 단순 투자로 잘못 분류돼 있었고, 유관 투자로 분류한 내역 중 케이잼 취득 금액 600억원은 60억원으로 잘못 집계된 것으로 고려아연에 의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맹목적인 비판을 위해 의도적으로 숫자를 잘못 계산한 것인지, 아니면 고려아연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실수를 반복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라며 "아니면 외부 업체에 자료 분석을 의뢰한 뒤 제대로 검증조차 못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이 적대적 M&A에만 골몰하는 이들의 손을 들어줄 주주는 없기 때문에 내달 23일에 열릴 예정인 임시 주총과 3월 정기주총에서 경영 능력과 중장기 비전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서 주주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