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PO 대신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 결정
업계ㆍ투자자 반응 싸늘…미국 현지 시장 기대치 변수
![토스 로고. [비바리퍼블리카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1/215787_220329_146.jpg)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 기업공개(IPO) 대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얼어붙은 투심을 해외에서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핀테크 기업은 국내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시각으로 인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인 카카오뱅크는 상장 초기 투자자들에게 유망주로 꼽혀왔지만, 상장 첫날 대비 주가가 70%나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위축됐다. 아울러 케이뱅크도 지난달 18일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에서 충분한 수요를 받지 못하며 두번째 IPO 도전을 철회한 바 있다.
반면에 미국의 경우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과 혁신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핀테크 기업의 IPO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간편 송금ㆍ결제사 페이팔,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 △인터넷전문은행 누뱅크 △대출플랫폼 렌딩클럽 등 핀테크사는 모두 미국에 상장하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3일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토스가 국내 시장이 아닌 미국 상장 주관사를 통해 내년 하반기나 오는 2026년 상반기에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다. 앞서 토스는 지난 2월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당초 한국에서 상장을 고려해 IPO 주관사 선정까지 마친 단계였지만, 수개월간의 자체 검토 끝에 미국 상장이 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고 전했다.
상장 발판을 쌓기 위해 계열사 토스증권은 지난 7일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활용해 아시아 최초로 나스닥과 직접 연계한 초당 250만 건 이상의 트래픽을 처리하는 시세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AWS는 규제와 보안 요건을 충족하면서 안전하게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오창훈 토스증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나스닥에서 AWS 버지니아주 리전으로 시세 트래픽을 발송하면, 같은 리전에서 동시에 시세 트래픽을 분산 처리해 수집한다"며 "이렇게 수집한 시세를 서울 리전으로 보내 분산 프로세싱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형태로 재조립하고, 동시에 백업과 이중화 작업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토스의 나스닥 상장 계획을 두고 업계에서의 반응은 싸늘하다. 토스 자체의 수익구조 등 그룹 역량을 키우고 국내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방법보다는 '도망치기'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올해 상반기부터 흑자 전환을 성공하며 수익구조 개선을 달성한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아직 업력이 5년이 채 되지 않아 계열사 포트폴리오도 다른 경쟁사에 비해 적다"며 "핀테크 기업 부진으로 인한 해외 시장 '도망치기' 전략을 세워 무작정 외형을 키우기 보단 기업 자체의 가치를 높이고 국내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할 필요성도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국내 투자자들도 토스의 나스닥 상장 계획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토스가 미국으로 진출하기엔 성장성이 애매하지 않나", "왠지 이걸 보면 상장 폐지 통보받았던 두루넷이 생각난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향후 토스가 나스닥 입성에 성공하더라도 미국 투자자들의 투심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도 변수다. 미국에서는 주가 하락과 경영 부실 등을 이유로 주주집단 소송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반토막나자 증권집단ㆍ주주권리 소송 전문 로펌들을 중심으로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아울러 상장 이후 경영진들과 일반 직원들의 보상 차이를 두고 내부 갈등이 유지 중인 점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