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지지 않는 우리금융의 파벌문화 지적
우리금융 조직문화 개선 시도…자회사 임원에 대한 인사권 포기
조직 문화 쇄신, '장기 승계 프로그램'에 대해 적극 어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파이낸셜포스트 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5164_219454_476.jpg)
우리금융지주 이사진이 비공개 회동서 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가운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목표인 '장기 승계 프로그램데이(가칭)'까지 논의된다고 전해지자 업계 분위기가 싸늘하다.
과거 임 회장은 내부통제 부실로 경영진 책임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자진 사퇴에 대한 물음에 입을 꾹 닫은 바 있다. 반면에 최근 들어 조직 문화 쇄신과 '장기 승계 프로그램' 등 그간 쌓아왔던 우리금융의 경영체제에 대해서는 변화를 추구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임 회장이 연말에 갑자기 본인의 실적을 챙기기 위해 급급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실적은 4대 금융지주와 비교해 가장 부실했다.
◇ 실적 부실 논란…4대 금융지주 중 '꼴찌'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6591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중 '꼴찌'를 기록했다. △KB금융지주 4조3953억원 △신한금융지주 3조9856억원 △하나금융지주 3조2254억원 모두 우리금융지주를 앞섰다.
계열사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뒤쳐졌다. △신한은행 3조1028억원 △하나은행 순이익 2조7808억원 △KB국민은행 2조6179억원 △우리은행 2조5244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타 금융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행장의 거취 여부까지 논의될 예정이라 우리금융지주의 경영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했다. 임추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며, 지주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의 후보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했던 조병규 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이 자리에서 논의될지 주목되고 있다. 임추위 멤버가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와 겹치기 때문이다. 만약 조 행장의 연임이 확정될 경우 차기 행장 프로세스를 가동하지 않을 예정인 반면에, 연임에 실패할 경우 조 행장을 제외한 후보들로 롱리스트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을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조 행장의 연임 변수는 올해 들어 빈번하게 발생한 우리은행의 금융사고로 꼽힌다. 올해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발생 수는 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경남 지역의 한 영업점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를 확인한 데 이어, 지난 8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주거용 오피스텔 분양대금과 관련한 55억 규모의 사기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금융감독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5164_219455_5033.jpg)
이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금융산업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발생원인 등을 발본색원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게다가 우리은행의 부당대출과 관련없는 생명보험사 인수 사안까지 거론되면서 임 회장의 사퇴가 압박되고 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임 회장을 향해 "요즘 금감원과 우리금융의 관계가 상당히 묘하다"며 "이복현 금감원장과 우리금융의 관계 회복이 가능한 상태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 조사 결과로 이사회에서 임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사용하겠다는 내용과 임 회장의 자진사퇴설도 나오고 있는데 들은 게 있느냐"며 "이게 언론에서는 이복현 원장에서 비롯된 신(新)관치라고 하고, 임 회장이 괘씸죄에 걸렸다고도 말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임 회장은 "절벽에 서 있다는 심정으로 우리금융에 대한 내부통제, 기업문화를 바꿔나가며, 음지의 문화를 없애겠다"고 선언했으나, 우리금융의 내식구 감싸기식 파벌문화는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내식구 감싸기식 파벌문화가 현 사태의 원흉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파벌문화는 약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과거 외환위기(IMF) 당시 정부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합병시켜 우리은행을 만드는 과정에서 잘못된 조직문화가 발생했다. 비슷한 규모의 은행이 하나가 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M&A)를 진행함으로써 파벌 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잘못된 파벌문화는 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사태에서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 출신들의 도움으로 저축은행, 캐피탈, 은행 등 많은 계열사에서 대출금을 유용했다. 이는 임 회장이 취임 이후 우리금융지주의 고문역할을 수행하던 손 전 회장의 지위를 일부 보전해준 영향도 크다.
현재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에 관여한 우리은행 전현직 임원 2명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다. 검찰은 대규모 대출이 이루어진 경위를 조사하며, 손 전 회장을 포함한 당시 경영진이 이러한 대출을 지시하거나 인지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A씨는 현재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으며, B씨는 지난해 우리은행 퇴직 후 올해 초 금융물류·용역파견업체 임원으로 취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료 이미지. [금융위원회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5164_219456_5049.png)
이러한 상황에도 임 회장은 자진 사퇴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조직 문화 쇄신, '장기 승계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그간 임 회장은 자회사 대표이사를 비롯해 일반 임원 전반에 대한 인사권을 보유해 왔지만, 앞으로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기업 문화를 새롭게 구축할 방침이다.
임 회장은 지난 10일 "자회사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겠다"며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해 사전합의제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이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매년 '승계 프로그램 데이'를 개최할 예정이다. 장기적인 승계 프로세스를 만들어 회장 선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주요 자회사의 대표를 선임할 시 '경영승계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기존에 수차례의 자추위를 열어 자회사 대표를 선임하던 관행을 깨고, 후보군에 대해 장기간 관리를 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특히, '승계 프로그램 데이'는 자회사 대표이사에게 적용하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지주 회장에게도 적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서 임 회장은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자신에게도 적용하겠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각종 금융사고와 그룹 내 파벌문화로 신뢰를 상실한 고객과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직급이 가장 높다하더라도, 수십년간 지켜온 조직문화를 단 한순간에 바꾸긴 어려운 일"이라며 "파벌 종식이라는 우리금융의 중대한 과제를 확실한 대안점도 없이 신규 인사 기조 구축 의지를 언론에 배포한 것은 임 회장의 조기 사퇴론을 불식시키 위한 수단이자 성과로 활용하려 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