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HBM 둔화 우려 시기상조"
"D램 내 HBM 매출 비중 4분기에는 40%에 달할 것"
'HBM, 내년 고객별 물량과 가격 협의 대부분 완료"
"모건스탠리 전망, AI 메모리 생태계 몰이해"
![SK하이닉스 직원이 반도체 제조 시설 클린룸에서 웨이퍼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SK하이닉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4814_218981_4016.jpg)
SK하이닉스는 24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향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둔화 우려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일축하며 "내년도 고객 물량·가격 협의가 대부분 완료됐고, AI칩 수요 증가와 고객들의 지속적인 AI 투자 의지가 확인되는만큼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등의 '반도체 겨울' 우려를 견조한 실적을 통해 불식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을 기록해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원) 기록을 6년만에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8% 증가한 17조573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특히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으로 이중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4조∼4조4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크게 뛰어넘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실적 발표는 지난달 15일 모건스탠리가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D램 업황의 고점론과 HBM 공급 과잉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나와 투자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였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며, 매출 성장과 마진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HBM 공급이 2025년까지 수요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목표주가도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 낮췄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투자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과장된 비관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최근 AI 메모리 생태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헸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BM 등 AI 메모리는 고객의 주문을 받은 뒤 생산에 나서는 수주형 구조"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내년 생산 물량까지 완판됐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재처럼 취급되던 기존 메모리와는 성격 자체가 다른데, 모건스탠리가 이를 간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SK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4814_218982_4037.jpg)
이날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호실적의 배경으로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회사는 HBM(고대역폭메모리), eSSD(기업용 저장장치)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회사는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며,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며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D램 및 낸드 모두 평균판매단가(ASP, Average Selling Price)가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올라 당사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는 "D램 내 HBM 매출 비중이 3분기 30%로 확대됐으며 4분기에는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3분기 HBM3E 출하량은 (4세대인) HBM3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분기에는 예정대로 HBM3E 12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 중 12단 제품 비중이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으로 증가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HBM3E 12단 제품은 내년 상반기 중 HBM3E 8단의 판매 물량을 넘어서고, 내년 하반기에는 SK하이닉스의 판매 물량의 대부분을 12단 제품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 계약 구조로 내년 고객별 물량과 가격 협의가 대부분 완료돼 수요 측면에서 가시성이 매우 높다"며 HBM3E 판매 증가로 내년에는 평균 HBM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봤다. 이어 "앞으로도 HBM 사업 강화로 안정적인 매출을 강화하면서도 수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회사 관계자는 "HBM 신제품 기술에 필요한 난이도는 증가하고 있고 수율 로스, 고객 인증 여부 등과 같은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충분히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경기도 이천공장에서 반도체 생산 공정을 점검하는 모습. [SK하이닉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4814_218983_413.jpg)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은 원가를 낮추는 것보다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품질로 적기에 공급하는 게 핵심"이라며 "6세대 제품 HBM4는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어드밴스드 MR-MUF, 1bnm(나노미터) 기술을 적용하고, 파운드리 파트너사(대만 TSMC)와 원팀 체계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낸드의 경우 eSSD 등 고부가 물량을 제외한 제품 재고가 여전해 정상화 시점까지 보수적 캐파 운영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회사 측은 "낸드 사업은 외형 성장 보다는 수익성 우선, 투자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본격적인 수요 개선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보수적 캐파 운영과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며서 "낸드 시장서 뚜렷한 수요 회복세를 보이는 eSSD와 같은 고수익 중심 제품 믹스 강화하고 있고 초고용량 eSSD 라인업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HBM등 AI향 메모리 투자로 내년 투자 규모는 올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투자 규모는 HBM 수요 대응과 M15X 투자를 반영해 연초보다 증가한 10조원 중후반대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구체적으로 규모가 확정되진 않았으나 1b㎚ 전환과 TSV 캐파 확보,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및 M15X 투자 지속에 따라 올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완공되는 M15X의 D램 생산 기여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된다"며 "수요에 맞춰 신규 팹의 양산 시기와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당사는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 달성을 통해 글로벌 No.1 AI 메모리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며 “앞으로도 당사는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 및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