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회장, 선거 캠프 인사들 '보은 인사' 논란
윤준병 "취임 후 고위직 인사 49명에 내부 승진 0명"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2024년 1분기 종합경영분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2024년 1분기 종합경영분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지난 1월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에 당선돼 3월 취임한 강호동 회장이 자신의 선거 캠프 출신과 측근들을 대거 농협중앙회 요직에 임명하면서 회장 중심의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강 회장의 선거 운동을 도왔던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71세)까지 이례적으로 연봉 6000만원의 농협대 초빙 교원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20일 정치권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농협대 초빙 교원 임명 자료 등을 살펴본 결과 농협대는 김 전 회장을 지난 4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초빙 교원으로 임용했다. 2016~2019년 23대 농협중앙회장을 지낸 김 전 회장은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7월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강 회장을 지지하며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초빙 교원 임명이 기존의 관례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점이다. 농협대는 최근 5년간 비전임교원인 초빙 교원을 임명한 적이 없다. 높은 연봉도 논란이 예상된다. 김 전 회장은 함께 임용된 박기춘 전 의원(3600만원)보다 약 1.7배 높은 6000만원을 연봉으로 받는다. 3선 의원 출신인 박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윤준병 의원은 지난 18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특히 지난 2021년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김 전 회장을 초빙교원으로 채용했다는 점에서 농협대가 강 회장의 선거를 도운 보은 인사를 위한 안식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김 전 회장은 농협 이념 같은 부분을 특별하게 갖고 계셔서 그런 이념을 학생에 전파하고자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별도의 강의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강 회장이 지난 3월 취임한 뒤 중앙회와 계열사 등에 회장 선거 캠프 측근이 대거 일명 '낙하산 인사'로 요직에 올라 비판이 일었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강 회장 취임 이후 단행한 인사 49명 중 내부 승진자는 없다. 이들은 모두 퇴직자를 비롯한 외부 인사다.

지준섭 전 NH농협무역 대표는 지난 2022년 퇴임한 뒤 중앙회장 선거에서 강 회장을 도운 뒤 중앙회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여영현 전 농협네트웍스 대표는 2022년 퇴임했다가 강 회장 선출 이후 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가 됐다.

김창수 남해화학 대표(전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장), 조영철 농협에코아그로 대표(전 농협홍삼 대표), 박서홍 농협경제대표이사(전 농협경제지주 상무) 등도 퇴임 후 다시 재취업했다. 또 박석모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은 전 NH농협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2016년 퇴임했다가 농협중앙회로 돌아왔고, 2016년 퇴직했던 김정식 전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도 8년 만에 농민신문사 대표로 취임했다.

지난 3월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 외부 전문가 서철수 전 대표가 사표를 제출하자 NH농협리츠운용 신임 대표에 퇴직한 '농협맨' 임정수씨를 선임하기도 했다. 임 대표 역시 강 회장 선거를 도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농협중앙회 본사 전경. [농협중앙회 제공]
농협중앙회 본사 전경. [농협중앙회 제공]

윤 의원은 "그동안 농협중앙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지만,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심지어 농협대에도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를 채용하면서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역시 "(농협이) 강호동 캠프 재취업 창구라는 보도가 나온다"며 "농협의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앞서 거론된 인사에 대해 "꼭 캠프 출신이라기보다 선거 기간 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며 "선거 때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분들"이라고 답변했다. 강호동 캠프 재취업 창구 논란에 대해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편, 강 회장은 올해 연봉으로 농협중앙회 3억1800만원, 농민신문사 1억9100만원을 수령한다. 내년엔 연봉이 각각 3억9000만원, 4억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퇴임시에는 퇴임공로금과 퇴직금을 수령해 4년간 40억원의 보수를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고연봉 논란에 강 회장은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세금을 떼면 그렇게 많지 않다"며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높은 연봉에 대한 심려를 안끼치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