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용지표 발표 후 시장서 경기침체 우려 확산
옐런 장관 "빨간불 깜빡이지 않는다" 진화 나서
증권가, 미국 본격적인 경기침체 진입 가능성↓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제공]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제공]

지난 8월 미국 고용지표가 전월보다는 개선됐으나 비농업부문에서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해 미국 주식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경기침체론' 분위기가 재확산되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해 투자업계 전문가들이 급격한 노동시장 냉각에 대한 우려는 다소 과하다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 노동부 발표 8월 실업률은 전월 대비 0.1% 낮아진 4.2%로 시장 예상치(컨센서스)에 부합했다. 아울러 지난 7월 큰 폭으로 증가했던 임시 해고자는 19만명으로 다시 줄어들었는데 증가했던 일시적 해고자들이 직장에 복귀한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실업률 하락세는 큰 폭의 조정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에는 4.25%로 소수점 2자리에서 반올림된 값이었고 이번 발표된 지난달 수치는 4.22%였기 때문에 사실상 큰 하락으로 보긴 어렵다"며 "금융시장이 우려하던 시나리오인 10만명대 초반 수준으로 나빠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핵심 지표로 꼽혔던 비농업 고용 지표가 지난달 증가폭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고용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된 점이 주목된다. 8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는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했다. 컨센서스(16만5000명)보다 밑돌면서 고용 측면에서 부정적인 양상이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시간 지난 6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1% 내린 4만345.41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408.42, 나스닥 지수는 1만6690.83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용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일제히 하락한 원인으로 3가지를 꼽고 있다.  △고용 둔화 흐름과 향후 추가적인 악화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좋은 수치는 아니었던 지난달 고용지표 △시장 센티먼트가 이미 취약해져 부정적인 방향으로 포커스가 맞춰진 측면 △연방준비제도(Fed)가 25bp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고용시장 둔화를 막을 타이밍을 실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측면 등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한국은행 제공]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한국은행 제공]

그러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빨간불은 깜빡이지 않고 있다"며 '경기침체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일자리 증가는 견조하다"며 "하방 고용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은 또 "월간 일자리 증가는 노동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을 흡수하는데 필요한 수준과 비슷하다"며 "임금 인상률이 인플레이션율보다 더 높고 대량해고가 없었기에 연착륙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가도 미국 경기침체 진입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평가했다. 최근 발표된 ISM 제조업지수와 비제조업 지수 내 고용 지수에서 제조업은 소폭 개선되고 서비스업은 하락했지만 기준선(50)을 아직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판단을 고려할 때 지난달 고용지표는 대체로 양호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고용보고서에서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예상치를 상회하며 전년 동월 대비 올랐다"며 "노동 여건이 급격하게 위축된 것도 아닌 애매한 위치"라고 언급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지난 7월에 나타났던 고용지표의 급격한 부진이 재확인되거나 가속화되기보다는 되돌려졌다"며 "고용 둔화는 맞지만 급격한 악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경기침체 에피소드에서 실업률이 상승할 때처럼 해고 증가가 실업률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급격한 노동시장 냉각에 대한 우려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건물의 외부 모습.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건물의 외부 모습.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갈무리]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빠른 금리 인하를 통해 고용시장의 추가적인 냉각을 방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권 연구원은 "소비성향과 자금에 대한 수요가 아직 살아있다는 점은 침체 가능성을 낮춘다"며 "연방준비제도는 수요와 심리가 나빠지기 전 인하를 시작함으로써 금리인하 후 경기 회복의 탄력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가 소프트 랜딩의 궤적을 벗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대선 이후 비교적 빠르게 인하의 효과가 관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경제가 여전히 견조하고 노동시장도 점진적인 약화에 가까운 상황에서 빅 컷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고용 둔화를 선반영해 50bp 인하를 선호하나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선호하는 연준이 25bp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현 시점에서 경기침체를 걱정하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방어적인 스탠스가 필요할 뿐"이라며 "현 시점에서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것은 다소 과도하고 소프트랜딩 가능성을 배제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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