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통해 중장기 정책이 발표된 가운데, 최근 성장률둔화에 따라 올해 5%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3중전회 직전 발표된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7%에 그치면서 올해 정부 목표치인 5% 성장률 달성이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장기적으로 침체한 내수를 살리면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침체를 돌파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피크 차이나(peak China, 중국 경제 정점)’ 논쟁이 다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확연히 둔화된 2010년대부터 본격화한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 담론과 함께 2020년 이후 등장한 것이 이른바 ‘피크 차이나’ 담론이다.
현재 다수의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향후 몇 년 동안 연간 3%~4%대 부근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는데, 이는 근래에 비추어볼 때 극적인 변화 양상이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기 성장률 예측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참고)

피크 차이나 담론이란
‘피크 차이나’ 담론은 2021년 마이클 베클리(Michael Beckley) 터프츠대 정치학 교수와 할 브랜즈(Hill Brands)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교수가 공저한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Danger Zone)” 저서를 통해 등장했고 이후 널리 회자되는 용어다.
베클리 교수 등은 중국이 미국 경제를 앞지른다는 전망을 약 10년 정도 목전에 앞둔 지금이 미중 패권 대결 사상 가장 위험한 통과하고 있다면서, 양국이 2030년까지 단기 총력전을 진행 중이어서 전쟁의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중국이 인구 고령화, 서방의 견제, 자원 고갈, 독재 체제 등으로 인해서 정점에서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런던정경대학의 케유 진(Keyu Jin) 경제학교수는 2022년 저서 “새로운 중국의 전술(The new China playbook)”에서 서구 경제전문가들이 중국 경제에 대해 낡은 가정과 불완전한 정보에 기초해 잘못 평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보다 1.5% 더 빠르게 성장한다면 거의 확실하게 10년 혹은 15년 안에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01년 ‘브릭스’(BRICs)란 용어를 처음 제시했던 짐 오닐(Jim O’Neil) 당시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2040년경에는 미국을 앞질러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HSBC의 경제분석가들도 2050년이면 중국이 GDP 규모로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1위 경제국에 등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후 거침없는 중국 경제 성장 가도를 보면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2030년 이후에는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란 견해가 보편화되기도 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나 과소평가하는 것 모두 위험하다고 본다. 중국에 추월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는 필요 이상의 두려움과 과잉대응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중국의 전망을 무시하는 것도 미국이 안일함 속에서 자신의 장점을 낭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보면 중국 경제 규모는 이미 2014년부터 미국을 추월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 곧바로 지정학적인 헤게모니를 차지했다는 말은 아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중국의 군사력과 소프트파워가 아직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권력 균형 면에서 보자면 지리적 여건, 에너지 순수출국이라는 우위, 달러화 기축통화 지위 등 독보적인 금융 파워, 상대적인 인구학적 이점 그리고 신기술 경쟁력 등 여러 면에서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orld Bank) 등의 분석에 의하면, 작금의 세계경제는 상당 기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단기적인 연착륙 여부는 글로벌 2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 경제의 성과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는 예상 외로 회복탄력성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급격한 성장률 둔화 양상을 드러냈다.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를 이끄는 요인들은 다양하고 가시적이지만, 이에 비해 새로운 대책이나 경제정책 상의 극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위기론에 불을 지피는 요소다.
중국 경제 목표와 시진핑 3기 정책 방향
최근 중국 정책 당국이 손놓고 있지는 않다. 이미 이번 달 22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가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한 뒤 3일 만인 지난 25일에도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 금리를 인하하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조만간 열리는 당 정치국 회의에서도 단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정부가 제시한 5% 성장 목표 달성이 긴요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창 중국 총리가 발표한 정부 업무보고서는 2024년 GDP 성장률 목표를 약 5% 내외로 제시했다.
중국 정부 업무 보고서 초안 작성을 주도한 국무원 연구소의 황슈어홍 주임은 리 총리의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5% 성장률 목표는 신규 일자리 1,200만 개 창출과 더불어 소득 증대 및 위험 예상 및 해소를 위해 필요한 수준”이라면서, “또한 2035년까지 장기적으로 중진국 수준의 1인당 GDP를 달성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명확한 수량적인 요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인 경제 성장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황 주임은 “중국은 초대형 시장, 완전한 산업 체인, 숙련된 인력 등 과거 두 자릿수 성장을 이끈 강점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일례로 전 세계 판매량의 60%를 차지하게 된 전기차 부문을 보면 중국 내에서 새로운 발전 동인이 계속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목표치'를 설정하고 다음해 초에 그 목표가 달성됐는지 여부를 판가름한다. 앞서 지난 2023년 초에 중국 정부가 5% 연간 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것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수십년 만에 가장 낮은 목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중국 GDP 규모가 2023년 기준 약 18조 달러에 달해 세계 경제 내 비중이 2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고속 성장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규모가 작을 때 10% 성장률과 비교해도 지금의 5%가 낮은 성장률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 중국 경제가 약 40조 위안 규모일 때는 연간 10% 성장해야 4조 위안 늘어나는 것이지만, 120조 위안에 달하는 지금은 5%만 성장해도 연간 6조 위안이 증가한다.
중국 경제는 2023년에 성장률 5.2%를 기록하여 인도를 포함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부동산 위기와 소비 침체 등으로 올해까지 5% 성장률이 지속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3중전회는 ‘개혁 심화와 함께 중국식 현대화 추진’을 강조했을 뿐 단기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전인대에서도 정부는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전기차, 제약, 수소, 바이오, 상업용 우주 비행, 양자기술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이는 당연히 기술적 자립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이 방대한 내수 시장이 있지만 이를 부양하기 쉽지 않고, 미국과 유럽연합 주도로 수출 제한과 기술에 대한 접근 봉쇄 등에 나선 만큼, 이러한 신산업 투자에는 제약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 기반: 중국 제조 2025, 쌍순환 전략
올해 전인대를 앞둔 시점에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는 한 인터뷰에서 인구 감소 등을 거론하며 "중국 경제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2~4%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란 우려에 사로잡힌 미국이 바라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반등에 성공한 중국 경제는 2020년 기준으로 미국 경제 규모 대비 76%에 도달했으나, 2022년 급격한 경기 둔화 이후 2023년 말 기준으로 65% 수준까지 후퇴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자면, 중국 위기론이나 경제 정점론 그리고 미국 측의 비관론은 이미 수십년 간 지속되어 온 새로울 것 없는 담론이다. 그 동안 바뀐 것이 있다면, 2010년 이후로는 서방 세계의 대중국 견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의 대미 직접 수출을 감소하고 있다. 또한 세계 주요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국의 입지를 상대화 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효수요 부족과 과잉생산 문제, 부동산 부문의 위기, 대규모 부채 규모, 인구 감소 등의 문제는 이미 중국 정부 당국도 인식하고 최근 10년 동안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중국은 2015년부터 공급측 개혁을 통해 금융 규제와 함께 과잉생산 부문에 대한 감독 및 개입을 강화했고, 부동산 부문의 전환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중국제조 2025’ 전략에서 나아가 2020년부터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 구조 및 체질 전환을 위한 ‘쌍순환 전략’을 도입했다.
이러한 전략적인 대응으로 중국 경제는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3년 동안 평균 6.6%의 양호한 성장률을 지속했다. 2020년에는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었지만, 2021년에는 무려 8.1%의 강한 반등세를 보였고, 2022년 봉쇄 조치에 따라 다시 3% 수준으로 둔화되었던 성장률이 2023년에는 다시 5.2%의 속도를 보였다.
이미 중국은 2023년 성장률에 소비 기여도가 82.5%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의 비중이 큰 경제가 됐다. 순수출은 세계 경제 둔화를 반영해 1.3% 감소했다. 소비 증가세는 팬데믹 이후 경제가 재개되면서 억압수요가 터져 나온 것으로 볼 때 올해도 지속되기는 어렵고, 대외 수요 역시 부진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따라서 올해 경제 업무 보고에서 강조한 것처럼, 투자가 크게 증가할 필요가 있지만, 이 역시 작년 고정자산투자(FAI)가 3%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인프라 투자를 늘려 경기 부양을 해야 하고, 현재 준 디플레이션 상황에 있는 물가를 감안할 때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정부가 완화정책과 재정 부양책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부의 초과 국채 발행이 힘들다면 인민은행이 통화량을 증대하는 양적완화 정책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경제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 외에도 높은 지방정부 부채와 부동산 부문의 유동성 위기도 해결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재정적 자원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과제 해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경제 붕괴’는 없다
현재 중국의 정책 딜레마는 친성장 정책과 구조개혁이 상충적이란 점에 있는데, 글로벌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관계가 좀 더 심화되었다. 부동산 부문의 유동성 위기는 외국계 자본의 이탈로 인한 역외 달러화 채권시장의 유동성 고갈과 주식시장의 부진에 직면했다. 중국은 과거 빠른 성장을 이끈 지방정부의 대규모 부동산 투자와 같은 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막대한 저축과 엄격한 자본 통제로 인해 중국 경제에 체계적인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사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아직 개발 단계, 즉 추격 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에스워 프라사드(Eswar S. Prasad) 미국 코넬대학교 다이슨경영대학원 교수 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펠로우는 “당분간 중국 경제가 비틀거릴 수는 있겠지만,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중국 경제의 엄청난 성장이 흔히 경제학자들이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들이라고 얘기하는 적절한 금융시스템, 강력한 제도적 틀, 시장 중심 경제,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정부와 같은 것들 없이 이룬 것이라는 점을 환기한다.
2022년 기준 중국 GDP는 18조 3,000억 달러로 미국의 73% 수준인데, 이는 1990년의 7%보다 10배 이상 더 큰 것이다. 중국의 1인당 GDP 규모는 미국의 2% 수준에서 17%로 확대되었고, 최근 15년 동안 세계 경제의 명목 GDP 성장에 무려 35% 기여했다. 이는 미국의 기여도 27%보다 높은 것이다.
프라사드 교수는 오랫동안 중국 경제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붕괴를 이끌고 올 중국 경제의 수많은 취약성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인 근거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당장 막대한 부채 수준, 부동산 부문의 위기, 노동력 감소 등으로 드디어 그 붕괴의 지점에 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국이 그 동안 비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통해 조달한 물리적 자본으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성장을 이루었다는 점은 맞지만, 그 자체로는 본질적으로 문제가 아니며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중국 정부가 적절하게 해결해 왔다고 평가된다.
부채의 축적 문제는 중국의 경우 대부분 국내 저축으로 조달되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금융 위험은 제한적이다. 또한 중국 GDP의 약 16% 수준인 대외 부채도 약 절반 정도가 외화 부채이며, 자본 도피에 의한 금융 시스템 붕괴 위험은 있지만 은행시스템이 대부분 국가 소유이고 직접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 통로를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당장은 중국의 성장기반이 취약해 보인다. 당장 위기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인구학적 변화, 높은 부채, 비효율적 금융시장은 제약으로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그 동안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성장 모델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경제적 재정적 압박을 관리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앞서 중국이 내건 ‘소비를 중심으로 삼는 경제의 재균형’,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는 생산성 강화와 쌍순환 정책’ 그리고 ‘중국식 현대화’ 전략의 성공 여부가 중요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