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관련 이슈 브리핑서 배임죄 폐지 입장 밝혀
이 원장 "사회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고, 특별배임죄 폐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상법상 이사의 충실대상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특별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상법 개정 관련 이슈 브리핑에서 "삼라만상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는 배임죄는 현행 유지보다 폐지하는 게 낫다"며 "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범죄 구성요건에 사적 목적 추구 등 문구를 추가해 정말 잘못했을 때로만 한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법 영역에서 배임죄 등으로 이사의 의사결정이 과도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수사기관의 판단 대상이 되는 형태로 왜곡돼 국제적 기준(글로벌 스탠다드)과 맞지 않다"며 "소액주주 보호장치를 갖추고, 배임죄 처벌을 없애거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은 병행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이 원장이 제시한 방안은 △형법상 배임죄 구성 요건 구체화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 △형법상 배임죄 폐지 등 크게 4가지다.

우리나라 배임죄는 과거 일본 제도를 들여온 것인데 일본에서는 이미 없어졌으나 국내는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다만 기업 지배구조나 상법 개정에 관해 정부 입장은 정해진 게 없는 상태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이사회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한 자본시장 개혁 과제로 이사회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고 특별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회사의 거래는 손익거래와 자본거래를 나뉘는데 손익거래는 주주이익으로 직결되지만, 물적·인적분할 등 자본거래는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는 거래가 아니다"라며 "자본거래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은 크게 이익을 볼 수 나머지 주주들은 크게 손해를 볼 수 있음에도 현행 회사법은 이를 적절하게 조정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사회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될 경우 이사들의 배임죄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이른바 '남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일도양단으로 말하면 특별배임죄 유지와 폐지 중 폐지가 낫다고 생각한다"며 "형사처벌보다 이사회에서 균형감을 갖고 결정하고, 다툼이 있다면 민사법정에서 금전적 보상으로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만약 특별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경영판단원칙 등을 통해서 명확히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판단원칙의 취지에 대해서는 "선언적 형태가 아닌 이사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거쳐야 하는 의무로 명시해 과도한 형사화를 줄이고 배임죄 범위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배임죄 폐지 주장이 예상 밖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 원장은 소관 부처 수장도 아닐 뿐더러 과거 검사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임원들을 배임죄로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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