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주도권 SK하이닉스에 내준 삼성전자의 승부수
경계현 사장, 미래사업기획단장서 미래 먹거리 발굴 주도
![삼성전자는 신임 DS부문장에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선임하고, 경계현 현 DS부문장(사장)을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임명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483_207282_1916.jpg)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부문의 구원투수로 전영현 부회장을 투입했다. 반도체 사이클상 업황 악화보다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칩 대응에 힘을 싣는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삼성전자는 미래사업기획단장인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장에 위촉하고 미래사업기획단장에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신임 DS부문장에 위촉된 전영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RAM·Flash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삼성SDI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다. 올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돼 삼성전자와 전자 관계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파이낸셜포스트 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483_207283_1937.jpg)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이동하는 경계현 사장은 2020년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MLCC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2022년부터는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서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 중간에 수장을 교체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전에도 정기 인사 이전에 주요 사업부 임원을 교체하긴 했지만 수장 교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7월 DS(반도체)부문 파운드리와 메모리 개발 총괄 임원을 새롭게 발탁한 바 있다. D램 개발을 이끄는 개발실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당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에는 정기태 부사장을, 기술개발실장에는 구자흠 부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에는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선행개발팀장에 유창식 부사장, 설계팀장에 오태영 부사장, 전략마케팅실장에 윤하룡 부사장 등을 합류시켰다.
이와 함께 D램 차세대 제품을 연구하는 D램개발실은 기존에 D램설계1팀, D램설계2팀, I·O팀, 선행개발팀 등 4개 조직으로 나뉘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재정비를 통해 D램개발실 아래 설계팀과 선행개발팀을 두고 설계팀을 3개 조직으로 나눠 이전보다 더욱 세분화됐다.
![전영현 신임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장. [삼성전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483_207284_1950.jpeg)
이 같은 상황에서 반도체부문 수장 교체라는 초강력한 카드를 쓴 셈이다.
업계에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 대응에 대한 시각이 지배적이다.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HBM은 D램 여러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시절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선 이후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를 압도해 왔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5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른 IT 수요 회복이 더딘 탓도 있었지만 D램 반도체 신기술인 HBM 같은 차세대 시장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뺏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메모리반도체 2위인 경쟁사 SK하이닉스는 초기단계에서부터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의 고성능 제품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핵심 고객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에 이어 5세대인 HBM3E도 엔비디아에 양산을 시작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샘플링 통과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