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주도권 SK하이닉스에 내준 삼성전자의 승부수

삼성전자는 신임 DS부문장에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선임하고, 경계현 현 DS부문장(사장)을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임명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신임 DS부문장에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선임하고, 경계현 현 DS부문장(사장)을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임명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인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장을 전격 교체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상황에서  DS부문장 교체를 단행해 국면을 타개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신임 DS부문장에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선임하고, 경계현 현 DS부문장(사장)을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임명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관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1960년생인 전 부회장은 한양대 전자공학부, 카이스트 전자공학 석·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배터리 계열사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활약했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DS부문의 기술 혁신과 조직 분위기 쇄신을 통해 반도체의 기술 초격차 경쟁력이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는 지난해 15년 만의 최악의 실적을 낸 삼성 반도체 사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초고성능 D램이다. 고속 병렬 연산에 적합하도록 메모리 대역폭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HBM은 모든 AI 분야에 활용할 수 있지만, 특히 학습에 효과적이다. AI 학습 과정에서 GPU로 전달하는 데이터가 가장 크고 많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SW) 개발이 함께 필요한 PIM 대비 빠르고 효과적으로 연산 성능을 높일 수 있어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다.

실제 메모리반도체 2위인 경쟁사 SK하이닉스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의 고성능 제품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핵심 고객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에서야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한편, 경 사장은 DS부문장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관계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인사에서 의료기기사업부장에 유규태 의료기기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부사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대표이사 선임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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