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이사진 회의록 보니…
"주식 기부 추가 자료 요청" 드러나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경기도청 제공]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경기도청 제공]

"이사진들의 안건에 대한 추가 자료 요청에 따라 추후 재논의하기로 하다."

LG복지재단이 20일 공개한 '2024년 2차 이사회(10일 개최)' 회의록의 '회의 내용'란에 적혀 있는 내용의 전부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바이오 업체 A사의 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기로 했지만, 재단 이사회의 보류 결정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해당 주식은 매입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일고 있는 상장사다.

LG복지재단 이사회는 구 이사장을 포함해 한준호, 윤경희, 신영수, 한승희, 인요한, 박영배 이사 등 7명으로 구성됐다. 감사는 안경태, 안용석 등 2명이다. 지난 10일 개최된 회의에는 9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총 3개 안건이 다뤄졌다. 제1호 의안 '보통재산 수증의 건'과 2호 '정관변경(사업의 종류)의 건', 3호 '2024년 제1차 추경예산 편성의 건' 등이다.

제1호 의안으로 판단되는 구 이사장의 주식 기부는 이사진들이 추가 자료를 요청했고, 결국 이날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평소 이사회 회의록에는 의안별 설명과 각 이사들의 발언, 찬반 등을 회의록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왔으나 이번에는 극도로 간소화한 것이 눈길을 끈다.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가 승인 시 이사들도 법적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몸을 사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통상 LG복지재단 이사회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이날 회의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사진들이 그만큼 구 이사장 주식 기부 안건 처리에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혹은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지난해 4월 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던 바이오 업체 A사의 주식 3만 주를 구 대표가 개인적으로 취득한 것이 골자다. 핵심은 구 대표가 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시점이다. BRV의 A사 투자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취득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A사는 심장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등을 개발하는 업체다. 1만8000원 수준이던 A사의 주가는 BRV 투자 후 16% 이상 올랐고, 지난해 9월에는 5만4000원까지 급등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 중요 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엄벌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달 구 대표는 논란이 거세지자 A사 주식 3만 주를 LG복지재단 측에 모두 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 대표가 A사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해 재단에 넘겼다면 액수는 12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 대표의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 등 당국은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언론 등에서 의혹 제기가 이어지는 만큼 사안을 인지하고 살펴보고 있을 가능성은 크다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 착수 등 관련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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