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4752_206319_463.jpg)
HD현대중공업 측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 설계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 경쟁사인 한화오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한화오션이 발끈하고 나섰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지난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번에 고소장을 제출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3월 한화오션의 기자설명회에서 공개된 수사 기록에서 언급된 당사자들로 알려졌다.
7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 설계 유출 사건을 두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 간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가능 여부를 논의했고,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를 제한하지 않았다.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 관련 설명회를 진행한 한화오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일은 HD현대중공업과 범죄를 수행한 임직원들의 안타까운 도덕 관념을 보여주며 나아가 국가의 해상 안보를 책임지는 업계에서 더욱 명명백백한 사법처리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HD현대중공업이 허위라고 지적한 부분은 한화오션이 기자설명회에서 이를 임원이 개입한 것처럼 설명했다는 부분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해당 직원들이 당시 수사와 재판에서 인정한 것은 '군사기밀 수집, 탐지 등 범죄행위를 실행했음을 보고한 대상이 회사의 중역인 수석부장'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은 "해당 직원의 진술뿐만 아니라 공개된 증거목록에서 나타난 군사기밀 보관용 서버 설치와 운용 등을 종합해 임원의 개입 정황이 다양하게 있다고 판단했다"며 "최초 수사 당시 범죄행위를 수행한 직원이 지목한 “중역” 뿐만 아니라 그 윗선에 대해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수사 결과에 대한 상식적인 의혹 해소 차원에서 고발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자료열람을 금지하는 등 어려운 상황 속에 자료공개 청구 등으로 제한된 자료를 제공 받아 설명회를 진행한 것"이라며 "HD현대중공업에 고소인들이 해당 범죄행위로 조사받을 당시 윗선으로 지목한 “중역” 등에 대한 자료가 모두 있는 것으로 보임에 따라 해당 자료 등을 모두 공개하고 수사에 협조해 의혹을 하루 빨리 해소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또한 "불법적인 방법으로 방위사업의 공정성을 해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고발을 한 것"이라며 "HD현대중공업 및 범죄행위를 수행한 고소인들과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3월 기자설명회에서 직접 입수한 판결문과 공개기록을 통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임원들에게 기밀이 담긴 내용을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법경찰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불법 취득한 기밀자료를 비인가 내부 서버(NAS)에 관리했다. 직원들의 출장복명서에는 군사기밀 탈취 내용이 기재됐다. 또 공개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볍경찰 조서에 따르면 '군사비밀을 열람·촬영한 사실에 대해 상급자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일부 피의자가 '맞다'고 대답한 대목이 담겼다. 또 결산 조서에는 '피의자의 부서장, 중역이 (이러한 행위를) 결제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서버 관리 비용 지출 내역이나 출장복명서 모두 임원 결재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한화오션의 주장이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 수년간 군사기밀을 탈취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방사청은 임원 개입과 관련해 조금 더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제재를 할 수 있다고 했고, 이러한 증거가 확인이 될 경우 추가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2030년까지 총 6대를 도입하는 KDDX는 개발비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척당 건조비는 1조원 대로 총 7조8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구축함급 대형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방산업체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기 때문에 두 회사가 사활을 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