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모리칩 수출 회복세 뚜렷
마이크론 실적 전망, 삼성·하이닉스 2분기 실적에 호재

SK하이닉스 직원이 반도체 제조 시설 클린룸에서 웨이퍼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직원이 반도체 제조 시설 클린룸에서 웨이퍼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인공지능(AI) 태풍으로 반도체 관련주의 질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메모리 반도체 수출 회복세 등을 근거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와카스기 마사히로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메모리칩 수출 회복과 마이크론 메모리 부문 실적의 함의 등을 분석해 한국의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 HBM 수요 증가가 D램 시장 회복세 견인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등을 근거로 보고서는 한국의 D램 수출이 지난 2월까지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집계를 보면 올 2월 D램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90%, 전월 대비 12% 증가한 24억 달러(약 3조2000억원)였다. 2월 D램 가격이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가운데, 반도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 등이 D램 시장 회복세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지난해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비트 공급 기준)이 삼성전자(39%)·SK하이닉스(34%)·마이크론(23%) 순이었다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자료를 인용하면서, D램 수출 회복세를 볼 때 한국 기업들의 1분기 매출도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한국의 낸드플래시(낸드) 수출은 기록적 수준으로 반등해 전년 동기 대비 82%, 전기 대비 3% 늘어난 8억9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낸드 시장 점유율(가격 기준)은 2022년 기준 삼성전자(35%)와 SK하이닉스(18%) 등 한국 기업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작업자가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작업자가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낸드 평균 판매단가(ASP)가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23∼28%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도 13∼18%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낸드 부문 매출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봐도 1월 8.2% 감소했던 반도체 생산이 지난달 4.8% 늘었다. 지난해 동월 대비로는 65.3% 급증했다. 반도체 재고도 전월 대비 3.1% 줄었다.

보고서는 앞서 나온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도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봤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2024회계연도 2분기(12∼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58억 달러(약 7조8000억원)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의 2분기 D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3%, 전기 대비 21% 각각 늘어났는데, 이러한 흐름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3분기(3∼5월) 매출(중간값)이 전년 동기 대비 76%, 전 분기 대비 13% 늘어난 66억 달러(약 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는 시장 예상보다 10%가량 높은 수준으로, 한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 반도체 대장주들의 약진…신고가 행진

한편,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52주 신고가 기록을 이어가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2년 7개월 만에 8만2000원대를 돌파했으며, SK하이닉스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주 삼성전자는 4.4% 상승하며 29일 8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7.8% 올라 18만30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8만2000원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21년 8월 10일 이후 처음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각각 최고 10만5000원, 23만6000원까지 바라보며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그동안 실적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한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실적이 1분기 중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D램, 낸드, 시스템엘에스아이(S.LSI) 사업 영업이익은 2022년 4분기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파운드리 사업은 3·4나노 및 레거시 가동률 동시 상승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로 실적 바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은 15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조원 손익 개선이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1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5조2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 사이이며, 특히 키움증권은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비 511% 늘어난 40조까지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 증권가는 대체로 21만~22만원대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다올투자증권은 23만6000원을 제시했다. 추가 상승의 근거는 SK하이닉스가 쥐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3와 5세대 HBM인 HBM3E 경쟁력이다. 고부가 HBM3E 등 매출 비중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하면서 올해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비 74%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수조원 규모로 축적된 재고평가손실 이익 환입이 1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3749억원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은 기대치를 이보다 더 높게 잡아 2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측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조4023억원 적자였다. 지난해 4분기에는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022년 4분기부터 이어져 온 영업 적자에서 1년 만에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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