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알리 국내 진출에 커머스 사업 우려…목표가↓"
네이버 주가 올해 들어 16% 넘게 급락
알리 테무 등 고성장에 커머스 경쟁 격화
"국내 오픈마켓 사업자 상당수 빠르게 대체될 것"
![알리익스프레스 TV 광고 모델인 배우 마동석. [알리익스프레스 공식 유튜브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3/202609_203257_582.jpg)
네이버의 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조원에 육박하는 연간 매출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속절 없이 내린 주가가 좀처럼 반등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
25일 코스피 시장에 따르면 9시 50분 현대 18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월 2일 종가 22만7500원과 비교하면 16.92%나 주가가 하락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셀(Sell) 네이버'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호실적을 견인한 핵심 사업부인 커머스(Commerce) 부문의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SK증권은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에 대한 우려가 산재한 가운데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29만원에서 26만원으로 3만원 내렸다. 남효지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포시마크를 제외한 거래액 성장률은 4.9%로 시장 성장률(10.6%)을 하회했다"며 "이에 커머스 사업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며 네이버 주가가 연초 이후 16%가량 하락했다"고 짚었다.
다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최근 목표주가를 내린 바 있다. 국내 부동의 1위 포털 네이버의 부진 그 중심에는 중국의 온라인 직구 플랫폼이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열린 ‘네이버 미트업’ 행사에서 ‘글로벌 3.0’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3/202609_203258_5818.jpg)
최근 IT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직구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은 지난 2월 사용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국내 안드로이드·iOS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알리의 2월 사용자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0% 증가했다. 특히 종합몰 앱 순위에서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테무는 출시 8개월 만에 581만명(종합몰 4위)을 기록했고, 쉬인은 전년 동월 대비 3배 늘어난 68만명으로 조사됐다.
알리는 지난해 가장 많이 성장한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사용자가 707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1만명 증가했다. 테무는 같은 기간 354만명 증가해 그 뒤를 이었다.
해당 플랫폼이 주무기로 내건 것은 ‘초저가’다. 유통 과정을 대폭 줄여 국내 판매자에 비해 반값 이상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일정치 않은 배송 기간과 가품 논란,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에도 시장 점유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풍선개 모양의 열쇠고리 제품의 경우 네이버에서는 1만4800원인 반면, 테무에서는 매우 비슷한 모양의 제품이 639원에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직구 플랫폼의 성장이 포털사이트 운영사 네이버의 주가에 악재인 이유는 네이버쇼핑을 기반으로 한 커머스사업부가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26.3%를 차지할 만큼 중요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사업부이기도 하다. 지난달 네이버의 투자설명회(NDR)에서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위협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펀드매니저는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로 네이버의 거래액 성장률은 연중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플랫폼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해외 직구 쇼핑몰은 거래액 규모가 작아 네이버가 수취하는 수수료 규모가 크지 않지만, 중국 플랫폼들의 성장세가 거세 무시하기 어렵다"며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업체들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 조건을 내걸며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고 있는데 이는 네이버가 공들이는 브랜드스토어와 일부 겹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리에 입점하는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거래액은 영향 받을 수 있다"며 "올해 기대했던 본업 마진 개선에 따른 실적 성장 가능성이 옅어지면서 목표주가를 하향한다"고 밝혔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중국에서 상품을 가져와 높은 수수료를 받고 국내에서 팔고 있던 오픈마켓 사업자의 상당수가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네이버, 쿠팡에서 동일하게 팔리고 있는 상품 대다수는 국내 플랫폼이 3~4배가량 비싸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침투가 네이버 단기 실적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광고비를 늘리면 네이버 광고 부문의 실적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알리 익스프레스, 쉬인 등은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전 세계 광고시장을 흔들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컨퍼런스 콜에서 “네이버 쇼핑은 광고 중심이기 때문에 중국 커머스 플랫폼이 경쟁 상대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파트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도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는 커머스 사업에는 위협이지만 광고 사업에는 기회일 수 있다"며 "중국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광고비 집행이 늘어날 수 있고, 네이버의 웹·모바일 내 압도적인 점유율 고려 시 광고 집행 비중은 상당히 높을 것"이라며 투자 의견은 '매수'로 유지했다.
남 연구원은 "현 주가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 19배로 역사적 밴드 하단 수준이나, 성장성이 이토록 둔화한 적도 없었다"며 "전사 매출액 성장을 타개할 새로운 사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