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기대주' 에이피알, 첫날 부진 원인은?
오버행 우려와 높은 공모가가 '발목'
![에이피알이 운영하는 브랜드인 메디큐브, 메디큐브 에이지알 광고 이미지. [에이피알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2/201403_201647_4920.jpg)
'김희선 미용기기' 등으로 유명한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이 올해 첫 주자로 코스피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아쉬운 성적표로 첫날을 마무리 지었다. 당초 증거금으로 14조원을 끌어모으며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 기대감을 높였으나 막상 본 무대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7일 코스피 시장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공모가(25만원) 대비 6만7500원(27%) 오른 31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이피알은 이날 장중 87% 오르며 46만7500원까지 올랐으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4080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순위 128위에 올랐다.
공모 청약 당시 산술적으로 거의 3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넣어야 1주를 비례 배정받을 수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대 차익은 21만75000원에 그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6만7500원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세간의 주목을 끈 기대주의 첫날 부진과 함께 올 들어 다수의 공모주가 상장 첫날 급등한 이후 급락을 이어가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자칫 과열 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증시에 입성한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현대힘스, 포스뱅크, 이닉스, 스튜디오삼익, 케이웨더, 이에이트, 코셈의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135.92%로 집계됐다. 이들 중 첫날 가격제한폭(300%)까지 뛴 곳은 우진엔텍과 현대힘스 2곳에 불과하다.
또한 상장 이튿날부터 최근까지 ‘플러스’ 성과를 유지하고 있는 곳을 살펴보면 우진엔텍과 포스뱅크 2곳뿐이다. 이들 중 HB인베스트먼트는 상장 첫날 97.06% 급등했지만, 이튿날부터 23일까지 50.37% 하락하면서 27일 현재 주가(3280원)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아울러 지난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 기업 이에이트 역시 27일 공모가(2만원)를 하회한 1만8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시장의 흐름에 '공모가 뻥튀기' 지적까지 나온다. 올해 상장된 기업 10곳의 공모가가 모두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고, 기관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공모가를 적어내 한 주라도 더 받아낸 뒤 상장 당일 '엑시트(Exit)'하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산타랠리로 증시가 살아나면서 공모가를 높이기 쉬운 구조가 됐다"며 "창업자와 재무적 투자자들의 구주 매출에 대한 인식도 예전보다 개선돼 투자자들이 잇달아 지분 매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상장한 10개 기업의 공모는 희망밴드 상단보다 높게 결정됐다. 가장 많이 올린 곳은 2차전지 관련 기업 이닉스(27%, 삼성증권)다. 이밖에 에이피알(25%), HB인베스트먼트(21%), 케이웨더(21%), 포스뱅크(20%) 등도 공모가 대비 20% 이상 높여 상장했다.
![김진현 이에이트 대표가 타북 하고 있는 모습. [이에이트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2/201403_201649_505.jpg)
◇ IPO 시장 과열되자 공모가는 부풀리기?
공모가는 IPO 주관사가 제시한 희망밴드를 토대로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을 받은 뒤 최종 확정된다. 공모가가 너무 높게 설정되면 공모주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가 작아져 적정한 공모가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IPO 시장이 과열되면서, 증권사들이 상장 첫 날 '차익 실현을 노리고 높은 가격을 적어내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요예측에 참여한 증권사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의무보유확약이란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할 것을 약속하는 조건을 말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평균 26.4%다. 반면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케이웨더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3.9%, 이에이트는 단 2.35%에 그쳤다.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낮을수록 상장 첫 날 즉시 매도에 나서기 쉽다는 의미다.
27일 상장한 에이피알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25.7%로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중에서는 높은 편이었으나, 지난해 IPO 과정에서 주목받았던 두산로보틱스(60.3%)·필에너지(57.14%)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결국 에이피알의 주가가 향후 견조한 흐름을 보이려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향후 풀릴 보호예수 주식을 고려하면 에이피알의 주가가 단기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피알은 올해도 양호한 매출 흐름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상장 당일의 유통 물량과 2개월 내 보호예수가 풀리는 물량을 고려했을 때 상장 후 단기 주가 변동성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최초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 플랫폼 기업인 이에이트(대표이사 김진현)가 상장 절차를 마무리하고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이트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2/201403_201650_5017.jpg)
한편, 27일 공모가를 하회한 채로 거래를 마친 이에이트는 이날 올해 본격적으로 디지털 트윈 분야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사업들을 진행해 주가와 실적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이트 관계자는 "당사는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 AI 기술을 적용해 국내에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과 사업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다"며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기회도 증가하고 있어,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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