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5일 선고…최후진술서 검찰 측 주장 반박하며 무죄 호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파이낸셜포스트 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2/200478_200512_044.jpg)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의 1심 선고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년째 이어온 '사법 리스크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4일 삼성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오는 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14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다.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승인으로부터 8년 7개월이고 2020년 9월 기소로부터 3년 5개월 만에 내려지는 사법부의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 억원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또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 이왕익 전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3억원을 구형했다. 김신·최치훈 전 삼성물산 대표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3억원을, 이영호 전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에겐 징역 4년에 벌금 3억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심정훈 삼정회계법인 상무에게는 각각 징역 4년 등을 구형했다.
검찰은 2015년 이 회장이 적은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 삼성그룹 내 미래전략실과 공모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를 띄운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가져 대주주였던 이 회장 입장에서 제일모직 가치가 높아지는 게 합병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합병을 통해 이 회장은 삼성물산 소유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 그룹 내 지배력을 키우는 데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해를 입었다는 게 검찰의 일관된 입장이다. 여기에 검찰은 이 회장 측이 합병 이후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을 막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여파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 위험에 처하자 회계처리 방식을 지분법으로 바꿔 기업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과대 계상 규모는 4조5436억 원에 달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은 합병을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합병 이후 오히려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하면서 주주들 또한 이득을 봤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이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검찰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한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삼성 가족과 주주님,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면목이 없다"며 "제가 40대 중반이던 2014년 아버님께서 병환으로 쓰러지신 뒤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세 번의 영장실질심사와 1년 6개월에 걸친 수감생활도 겪었다"며 "어느덧 저도 이제 50대 중반이 됐고 1심 재판이 마무리되는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재차 역설했다. 이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사업에 집중할 수 없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저는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지배구조를 투명화, 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다른 주주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가 결단코 없었다고 재차 항변한 것이다.
이 회장은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며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기라성 같은 글로벌, 초강, 초인류 기업과 경제를 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시키는 경영, 소액 주주분들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으로 주어져 있다"며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