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개 환경기초시설업체들을 대표하는 단체들로 구성된 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이하, 생대위)가 결성 된지 9개월이 지났다. 생대위가 최근 전국에 물질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 에너지 재활용 등을 하고 있는 업체들의 순환자원으로 일컬어지는 폐기물 보관량 실태를 조사해보았다. 실로 갑갑하고 암울하다는 심정 외에는 달리 표현 할 방법이 없었다.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환경기초시설업체가 폐기물 보관창고를 30%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하루하루 근근이 연명해 가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정부와 관련 전문가들이 궁금해 하고 있던 물량 난의 실체가 그대로 나타났다. 필자의 사업장만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자괴감에 빠져 있었으나, 생대위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서 동반 몰락이라는 용어가 떠올랐다. 앞이 안 보인다.
특히, 물질 재활용 업체들 대다수는 수십 년간 운영해온 사업을 접어야하는 기로에 서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참으로 갑갑하고 답답할 뿐이다. 정부 정책을 믿고 재활용업에 뛰어 들은 지 20년이 되고 있으나,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우리 업계의 현실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계속 갈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 언론, 시민‧사회단체가 이번 사달의 원인을 제공한 시멘트업계로의 끝없는 폐기물 반입 행렬이 잘못된 제도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고 이로 인한 환경산업의 붕괴위험을 계속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환경기술 석ㆍ학들의 집합체인 「한국환경기술사회」까지 관련 제도 정비의 시급성을 지적하고 나오면서 정부에서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해있다. 2277명 국내 환경기술사들이 오죽했으면 생대위 동참까지 선언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본적 원인인 잘못된 환경정책을 하루 속히 바로 잡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을까?
업을 영위해 나아가고 있는 업계 관계자가 아닌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국가 환경 분야에 관한한 최고 전문가라고 인정하는 현장 브레인 환경기술사들의 이러한 지적과 발언은 대기업인 시멘트업계에게 환경기초시설업자들의 항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세 간의 조롱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고 또 현명한 판단에 감사할 따름이다.
여기서 아쉬운 점이 하나있다. 우리나라 환경공학을 대표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가 있다. 자그마치 41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고 5050명의 학회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환경산업과 학문의 총 본산이다.
최근 생대위와 시멘트업계와의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은 환경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수년 넘게 계속 되고 있는 양자의 갈등에 대해 국회, 정부, 언론, 시민‧사회‧관련업계 등이 모두 동일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아야한다고 말이다. 이제는 환경공학의 본산인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에서도 금번 사태에 대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연 이 상태로 7개 시멘트 공장이 국내 모든 폐기물을 독식해 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그대로 존치시켜 나머지 환경기초시설업체들이 고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대로 정비하여 상생․균형 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하는지가 제시되어야 한다. 세상이 어지럽고 사회가 정비되지 않을 때, 후진양성에 힘쓰던 교수님들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며 입장을 내놓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렇다면 순환 자원으로 일컬어지는 폐기물이 단초가 되어 엄청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최근의 사태에 대해 폐기물학회에 몸담고 계시는 교수님들께서도 혜안을 가지고 대한민국 환경산업의 안정적인 미래와 친환경적인 발전이 될 수 있도록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1980년에 서울시립대학교가 위생공학과에서 최초로 환경공학과라는 명칭을 사용한 뒤로, 여러 대학교에 앞 다퉈 환경공학과가 설립되어 한때 171개에(2008년 기준) 이르던 환경공학과가 이제는 91개(2023년 기준)로까지 감소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환경산업과 학문이 확장일로의 길로 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된다.
모든 학문은 사회가 필요로 하고 국가가 이를 육성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시멘트 공장으로의 순환자원 쏠림현상 사태는 환경산업의 발전 저해는 물론 폐기물 학문 저변까지 좁혀지고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정상적인 발전 방향이 아닌 특혜와 열외로 점철된 정책과 제도가 있다면 시대의 양심인 학자들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질타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폐기물자원순환학회 교수님들의 올바른 경종이 작금의 왜곡된 사태를 하루빨리 정상화시키는 첩경임을 말씀드려본다.
/ 최병웅 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 위원(한국폐합성수지물질재활용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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