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비만 신약' 美 제약사에 '4000억원 기술 수출' 성공
바이오에 미래 방점 찍은 구광모 회장

미국 보스턴 그룹사 및 현지 연구실설을 방문한 LG그룹 구광모 회장 모습. [LG 제공]
미국 보스턴 그룹사 및 현지 연구실설을 방문한 LG그룹 구광모 회장 모습. [LG 제공]

LG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점 찍은 구광모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와 광폭 행보가 드디어 빛을 보고 있다. LG의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5일에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Rhythm Phamaceuticals)를 대상으로 LG화학이 총 4000억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대감을 더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가 수출을 결정한 신약은 희귀 비만증 신약이다. 선급금 1억 달러(약 1300억원)에 개발과 상업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가 최대 2억500만 달러(약 2700억원)로 책정됐다. 추후 연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매년 별도 수령한다. 

희귀 비만증은 포만감 신호를 보내는 유전자인 'MC4R'의 작용 경로 등의 이상으로 식욕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비만이 심해지는 질환이다. 보통 소아 시기에 증상이 발현된다. LB54640은 먹는 형태의 MC4R 작용제로, 미국 임상 1상 시험 결과 체중 감소 경향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LG화학은 설명했다. 현재는 미국에서 임상 2상 시험에 들어간 상태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매출은 구광모 회장이 부임한 2018년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겨 약 1조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2년과 비교하면 30% 이상 성장한 수치다.

LG화학 연구원이 신약물질을 분석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LG화학 연구원이 신약물질을 분석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회장 취임 후 구광모 회장은 그룹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낙점하고 힘을 싣고 있다. 그는 2022년 충청남도 오송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개발(R&D) 시설을 찾아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과 개발 현황을 살폈다.

지난해 8월에는 전 세계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을 방문했다. 보스턴에는 바이오 관련 기업 및 연구기관 2000여개가 밀집해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도 2019년 바이오 분야 혁신 기술 도입과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보스턴 법인(이노베이션센터)을 신설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LG화학이 인수한 미국의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도 기존 사무실을 생명과학 보스턴 법인과 통합하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구 회장은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본부장, 이동수 보스턴 법인장, 마이클 베일리 아베오 최고경영자(CEO) 등과 만나, 신약사업 방향과 글로벌 상업화 역량 강화 방안을 점검하고 아베오 육성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날 구 회장은 항암 신약과 세포 치료제 등의 혁신 신약 개발 전략을 점검하고, 아베오 인수 이후의 사업 경쟁력 강화 현황도 세심하게 살폈다.

아울러 보스턴 지역 소재 하버드 메디컬 스쿨 연계 항암 연구기관인 다나파버 암 센터와 세계적인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랩센트럴(LabCentral)도 방문에 바이오 분야의 최신 시장 동향과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는 행보를 보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R&D(연구개발)실을 찾아 직접 살펴보고 있다.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R&D(연구개발)실을 찾아 직접 살펴보고 있다. [LG그룹 제공]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항암 신약과 세포치료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 과제를 확대하고 상업화 역량을 강화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인수한 아베오를 활용해 글로벌 혁신 신약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해 나가고 있다. LG화학은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Top Tier) 제약사로 발돋움 해 나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 회장은 “그룹의 성장사를 돌이켜보면 LG는 늘 10년, 20년을 미리 준비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 왔다”며 “지금 LG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도 30년이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뒷받침되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끊임없는 실행을 이어간 도전의 역사”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제공]

한편, LG화학은 세포 치료제 시장에서도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4개팀으로 구성된 'TFT' 조직을 가동하는 등 세포 치료제 개발에만 5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세포 치료제는 최근 의약품 시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로 연평균 50% 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바이오 기술이다. 제3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꿈의 항암제'라고도 불린다.

LG화학은 현재 세포 치료제, 면역관문 억제제 등을 전임상 단계에서 자체 개발하고 있다. LG화학은 생명과학사업본부가 유망 항암 물질 발굴, 전임상 및 초기 임상, 상업화 공정개발 등을 담당하고, 미국시장 임상개발과 판매 노하우를 갖춘 아베오가 항암 파이프라인 후기 임상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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