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불확실성 속 영업 환경 부담 가중…수출 둔화·환율 변동이 핵심 압력
생산적·포용금융 단기 부담·중장기 개선…무디스 "자산건전성 리스크 여전"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는  '한국 신용전망 콘퍼런스: 변화하는 경제 환경 하의 회복력 구축' 를 통해 금융기관, 비은행 금융기관, 비금융기업의 신용전망을 짚었다. [사진=무디스 제공]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는 '한국 신용전망 콘퍼런스: 변화하는 경제 환경 하의 회복력 구축' 를 통해 금융기관, 비은행 금융기관, 비금융기업의 신용전망을 짚었다. [사진=무디스 제공]

올해에 이어 오는 2026년에도 국내 은행 시스템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 성장률 개선과 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환경 불확실성으로 인해 높은 외환 변동성이 계속될 수 있어서다. 특히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성장세 둔화가 영업환경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25일 한국신용평가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함께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 신용전망 콘퍼런스: 변화하는 경제 환경 하의 회복력 구축' 세미나를 열고, 내년의 한국 금융·비금융기관의 신용전망을 올해와 같이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손정민(Arlene Sohn) 무디스 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은행들은 새로운 기회요인을 모색하며 관세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 관세 정책 불확실성 ▲디지털 금융, 자율형 인공지능, 사이버 보안 ▲인구 고령화와 자산관리 ▲사모신용(Private credit) 및 전환금융 등이다. 

무디스는 2026~2027년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완만한 성장과 높은 불확실성'이 공존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지난 12일 기준 전 세계 실질 GDP 성장률은 내년과 2027년에 각각 2.5%, 2.6%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2.9%)와 올해(2.6%)보다 낮아지는 흐름이다. 

다만 미국 금리 인하와 AI 투자 확대로 한국 반도체 수출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됐다. 이에 2026~2027년 예상되는 한국 성장률은 1%대 중후반에서 2% 안팎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수출 경쟁 심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고령화와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 여력 위축 등이 중장기적 제약으로 꼽혔다.

이 밖에 미국 관세정책은 소비자·기업·금융시장 등 세 가지 채널을 통해 신용리스크를 확대시켜왔다고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상품 가격 상승이 있다. 가격 상승은 소비심리를 약화, 재량지출 위축, 주요 구매 결정 지연 등 영향을 미친다. 또 자산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부의 감소 효과도 발생하게 된다. 

사업체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관세 부담은 매출 감소와 이윤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 결정을 미루거나 보류되고, 공급망에도 혼란이 발생할 경우 경제기반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고수익 채권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서 금융여건 또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미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은 소비자와 기업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에 따른 경기 둔화는 대출 수요와 자산 건전성에 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환율 변동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했다. 외환 변동성은 대부분의 시스템의 위험 요인이었지만, 일부 은행의 경우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데 도움이 돼서다. 이달 17일까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린 아태지역 중앙은행 17곳 중 13곳이다. 베트남과 대만은 기준금리를 유지했으며, 몽골과 일본만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 경기 둔화, 신정부 정책 변화가 겹치면서 은행을 비롯한 한국 경제, 금융·산업 전반의 신용도에 부정적 압력이 확산될 것으로 예측됐다. [사진=무디스 제공]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 경기 둔화, 신정부 정책 변화가 겹치면서 은행을 비롯한 한국 경제, 금융·산업 전반의 신용도에 부정적 압력이 확산될 것으로 예측됐다. [사진=무디스 제공]

손 연구원은 "이러한 변화는 규제 강화 및 해지 전략 확대에 따른 통화 불일치 축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며 "아·태 지역 은행의 통화 리스크는 전반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 낮은 금리는 순이자 마진을 압박하고 수익성에 부담을 주지만, 낮은 자금 조달 비용은 소매 및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를 뒷받침하고 경제 활동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동시에 기회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아·태 지역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산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가 자산건전성에 지속적인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중국, 홍콩 및 베트남 은행에서 상업용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리스크에 주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자산리스크 완충력은 예측하지 못했던 자산리스크의 확대를 완화하는 여유자본, 대손충당금, 담보 등의 완충력을 뜻한다. 

여기에 최근 금융업권에 가장 강조되고 있는 생산적·포용금융의 기조가 단기적으로는 은행의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수익성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은행 영업 환경과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영역으로의 자금 공급이 확대된다는 점에서다.

손 연구원은 가계부채 성장 둔화는 생산적금융 확대에 따른 자본적정성에 대한 압력을 일부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은행의 전반적인 대출 성장을 제약함에 따른다. 

가계부채 성장을 제한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도입된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는데, 이는 은행 담보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규모를 제한함에 따라 자산 리스크를 축소시키고, 담보가치 하락에 대한 완충력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은행권이 정부 기조에 맞춰 주담대 포트폴리오 비중을 다소 축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손 연구원은 "비교적 신용손실이 작고 안정적인 주담대 포트폴리오의 변화는 위험 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의 비중 확대에 따라 자본 적정성을 압박할 것"이라며 "저금리대출과 대손비용 확대에 따라 수익성 약화 가능성도 비춰진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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