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팩트시트 합의 직접 발표
"통상·안보협의 최종 타결"
"핵추진 잠수함,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美지지 확보"
車 관세 15% 인하 확정에 업계 '안심'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그룹 제공]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핵심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최종 확정됐다.  대미(對美) 수출 최대 업종인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품목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면 국내 완성차는 물론 부품사의 숨통도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팩트시트 확정은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및 안보 관련 주요 쟁점에 합의한 지 16일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담긴 설명자료 작성이 마무리됐다"며 "이로써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 중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직접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내란과 국가적·사회적 혼란으로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관세 협상의 출발점에 섰지만,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이해에 기초해 호혜적 지혜를 발휘한 결과 한미 모두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선 관세협상 결과에 관해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또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확인함으로써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확실히 불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앞으로 조선과 원전 등 전통적 전략산업부터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공동취재단]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인,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 자산인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라늄 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미국 상선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 건조조차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협상 결과가 우리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음을 피력했다.

아울러 "주한 미군의 지속적 주둔, 확장 억제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도 거듭 확인했다"며 "국방력 강화,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의지를 천명했고 미국은 이를 지지하며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따라 한미동맹은 안보와 경제, 첨단기술을 포괄하는 진정한 미래형 전략적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심화하게 됐다"며 "양국이 함께 윈윈하는 한미동맹의 르네상스 문이 활짝 열렸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아울러 "좋은 경쟁을 위해 훌륭한 파트너가 있어야 하듯 의미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와 존경의 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대통령은 "비록 한미 통상·안보 협의가 매듭지어졌지만 이제 시작으로 국익을 지키려는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럴수록 우리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담대한 용기, 치밀한 준비, 하나 된 힘을 바탕으로 국력을 키우고 국익을 지키며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고 녹록지 않은 글로벌 여건을 전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동맹·우방과 관계를 두텁게 하고 외교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며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으며, 오직 국익만이 영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동안 210억달러(약 30조8175억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X 갈무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동안 210억달러(약 30조8175억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X 갈무리]

◆ '최대 복병' 車 관세 불확실성 해소

한편, 자동차 산업은 이번 팩트시트 확정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한국산 자동차는 올해 4월 전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 확대로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대미 수출 산업으로 도약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의 대미 수출액은 347억 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708억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49%를 차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4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 품목관세를 적용했다. 7월 말 한미 정상이 관세 15% 인하에 합의했으나, 후속 협상에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넉 달 가까이 공전했다. 그 사이에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은 15% 인하를 시행하며 한국과 차이를 벌렸다.

관세 여파로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최근 7개월 연속 하락세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여파 최소화를 위해 현지 생산 확대와 수출지 변경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관세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지난 2분기 현대차·기아는 25% 관세로 약 1조60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관세 적용 전 수입한 재고 물량 등을 적극 활용하며 피해를 최소화했으나, 한계는 뚜렷했다. 3분기는 관세를 온전히 적용받으며 손실 규모는 2조5000억원 안팎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인하로 현대차·기아가 연간 4조4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관세 25% 기준 현대차·기아의 연간 손실 비용은 현대차 6조원, 기아 5조원으로 총 11조원이다. 15% 적용 시 관세 손실 비용은 현대차 3조6000억원, 기아 3조원 등으로 추정돼 총 4조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그간 저평가돼 왔던 국내 자동차주 주가가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은영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대차 기준으로 올해 3조1000억원에 이르렀던 관세 비용이 내년에는 2조3000억원으로 78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에 힘입어 현대차가 지난 3년 동안 지속돼 온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논란을 불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12%로 이미 혼다와 닛산을 앞선 상황인데도 관세 차이로 인해 주가가 눌려 있었다"면서 "내년 현대차·기아는 도요타가 독점 중인 대형 하이브리드 시장 진출로 시장점유율을 추가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기아는 밸류에이션 회복 가정시 50∼80%의 업사이드(상승) 여지가 있다"면서 "주가수익비율(P/E) 기준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낮은 상태이고 주가순자산비율(PBR)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으로도 저평가 상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년 주당순자산가치(BPS) 기준으로 ROE에 맞는 주가순자산배율(P/B) 밸류에이션 회복 가정시 현대차의 적정 주가는 40만원, 기아의 적정 주가는 23만원 선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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