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닉스' 돌파 후 질주… 개인·기관 매수에 체급 키운 SK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가속… SK·삼전, 내년 영업 이익 확대로 시장 장악
승부처는 HBM4→HBM4E… 맞춤형 시대 열리며 경쟁 지형 재편 예고

SK하이닉스 직원이 반도체 제조 시설 클린룸에서 웨이퍼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직원이 반도체 제조 시설 클린룸에서 웨이퍼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시가 총액을 70%대까지 추격하며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의 '체급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전일 시총은 449조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시총 610조원의 7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 달 만에 약 20%p를 따라잡은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하루에만 10.91% 뛰어오르며 처음 '60만닉스'를 만들었고, 11일에는 64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일 엔비디아 하락 여파로 0.32% 밀렸으나 장중 62만원을 회복하며 강한 체력을 보여줬다.

기관, 개인의 꾸준한 매수가 시총 확장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13일 연속 순매도로 4540억원을 팔아치웠지만 기관이 9거래일 연속으로 2020억원, 개인이 2580억원을 사들이며 낙폭을 막아냈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SK하이닉스 주식 9조 7720억원을 순매도했고, 삼성전자 주식 3조 940억원을 순매수했다.

시총 추격전 배경에는 AI 확산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 증권가는 내년도 코스피 상장사 영업 이익 전망치 335조 7000억원 가운데 두 회사가 43.5%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가 내년도 삼성전자의 연결 영업 이익 컨센서스로 75조 8706억원을 예측하고 있다. 두 달 전보다 96.9% 오른 수치다.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 이익 전망치도 70조 2221억원으로, 두 달여 만에 69.7% 상향됐다. 합산 영업 이익은 146조 1000억원이다. 

업황 자체도 '슈퍼사이클'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AI 추론 서비스 확대로 그래픽 처리 장치(GPU) 기반 AI 서버뿐 아니라, CPU 기반 일반 서버의 연산 부하가 커지면서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평균 판매 단가(ASP) 상승세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 확대가 겹치며 두 회사의 내년 이후 실적 기대치가 2017~2018년보다 더 가파르게 상향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그래픽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그래픽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두 회사의 현재 전장은 HBM이다. HBM4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서고 있다. 엔비디아 루빈 플랫폼에 들어가는 HBM4 초도 물량을 사실상 선점하며 공급 협상을 가장 먼저 마무리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루핀 언급을 통해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확보했지만, 아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전망은 HBM4E가 될 전망이다. HBM43는 2027년 출시될 엔비디아 '루빈 R300' 등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될 차세대 메모리다. 내년 상반기 두 회사가 동시에 개발 완료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으며, 수요가 범용형에서 맞춤형까지 다변화되는 시장 특성상 경쟁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로직 다이를 자체 파운드리 공정으로 소화하는 삼성전자가 고객사 맞춤형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HBM4E부터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TSMC 공정을 활용한 HBM4 기반 경험을 토대로 시장 우위를 지키려 하고 있으며, 글로벌 주요 업체들도 HBM4E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들도 양 사의 실적 개선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삼성전자 쪽이 실적 전망치 상향이 더 빠를 가능성이 있다"며 상대적 선호도를 높게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로 외국인 자금이 본격 유입될 경우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은 다시 한 번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AI 메모리 전쟁의 다음 국면에서 어느 쪽이 고지를 선점하느냐가 국내 증시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