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 산업 피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증시 및 환율 영향은 당분간 불가피
증시, 외환 불안감의 피해자 아닌 외국 자금 불러들이는 주체성 주목하는 전문가도
외화유출 막으려면 국내 설비투자 인센티브 절실, 핵심 산업만이라도 빨리 대책 나와야
![환율 불안정 상황에서 팩트시트 발표 지연이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왕 늦어진 협상을 조급하게 대응할 게 아니라 엄정한 대처로 백악관에 최대한 얻어낼 것을 얻어내자는 당부가 나오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사진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7624_276318_1333.jpg)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긴 했으나, 팩트시트(세부조정 최종협의안) 발표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 경제와 금융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12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인 11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전장대비 11.9원이나 뛴 1463.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고 ,이날 개장 직후 1462.2원을 기록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환율 탓에 외국인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서 주식시장 불안정을 키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 "미국 셧다운 해제 기대가 높아지고 국내 배당소득 분리과세 완화 추진 등 대내외 겹호재가 반영되며 상승세가 재개했다"면서도 "추세적인 상승 흐름은 유지될 전망이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남은 문제 중 가장 거대한 변수는 바로 팩트시트라는 지적이 나온다. 3개월간의 협상 교착 상태를 끝내 불확실성이 기본적으로 해소된 건 좋은 일이나, 세부사안이 나와야 우리 측 지출 부담 그리고 그에 따른 외환보유고 지출 부담 및 환율 등의 영향을 기업 경영이나 금융시장 참여자 투자 등에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산업계의 출혈이 가장 엄중하다. 팩트시트 발표가 늦어지면서 현대자동차·기아의 관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세부 내용 합의에도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를 최종 정리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부담하고 있고, 이런 가운데 관세 인하 적용 시점마저 한국에 불리하게 설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보태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사진=현대자동차]](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7624_276324_2033.jpg)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3분기 미국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타격을 크게 받았다. 관세 이슈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이 1조8210억원, 1조2340억원으로 합산 기준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각 사와 증권가에서는 계산하고 있다.
당국도 이 같은 천문학적 피해 해결에 부심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 관세의 경우 (대미투자기금 관련)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1일로 소급 발효되도록 협의를 할 것"이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팩트시트 자체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불안감 해소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60원대로 상승했다"며 "원화 약세가 나타나면서 코스피는 장중 상승폭을 반납했으며 코스닥 하락전환한 것"이라고 전일(11일) 장세를 분석했다.
환율 이슈와 관련, 이 연구원은 "핵추진 잠수함 관련 등 여러 세부사항 때문에 무역협정 팩트시트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환율 및 증시 악재 상황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긍정론도 대두된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로서는 한국 증시 매력이 덜할 수 있지만, 정부의 친 시장적인 정책이 또 다른 유인 요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460원대의 환율 흐름과 향후 상승 가능성 우려 등에 대해 걱정할 것 없다는 전제의 답을 내놨다. 그는 "(현재와 같은) 환율을 장기적으로 보긴 어렵지만, 대외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 '금융위기'까지 올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500원선이 넘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겠지만, 상법 개정이 지속되고, 12월 관련 지수 편입을 위한 로드맵 150조원 조성 등 발표가 이뤄지는 등 청사진이 있기 때문에, 증시에 달러 유입 등은 지속돼 금융위기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환율 불안 등으로 외국인이 이탈하고, 팩트시트 내용에 따라 거대한 대미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외환보유고 등 불안감이 일정 부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지만, 반대의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의 우리 증시 펀터멘털을 생각하면 증시가 외국인이 이탈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피해의 객체'만이 아니라, 외국인의 투자 자금을 불러모으는 '해결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 발언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미 협상과 관련해 이왕 늦어지는 상황에 빠른 타결의 정무적 이슈화만 노릴 게 아니라 디테일을 챙기는 시간차 전략으로 미국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3선의 김종민 국회의원(무소속)은 정부에 환율과 외환보유고 관련, '버티기 전략'을 조언했다. 그는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새로운미래 소속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무소속이다. 범여권 내지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경제와 금융 이슈와 관련해서는 중립적인 측면에서 여당과 제1야당 모두에 고언을 해 시선을 끈다.
그는 "이번 협상은 본질적으로 부담스러운 협상"이라며 "야당이 팩트시트를 조속히 공개하라고 하지만, 지금은 협상 조건을 최대한 개선할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매년 200억 달러 현금 투자' 조항에 대해 "정부가 한국은행 외화자산운용수익으로 150억 달러를 충당하겠다고 하지만, 지난해 수익은 90억 달러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해당 자금은 환율과 외화 유동성을 지탱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확실히 외환 흐름을 틀어쥘 대안 마련을 정부와 여당에 당부했다.
그는 "기업 투자까지 포함하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외환이 10년간 빠져나가는 구조가 된다"며 "거시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하고 대응책을 요청했다.
이 같은 대외 투자 확대와 보유 외환의 대거 이탈이 '뉴노멀'이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의 국내 산업 설비투자를 촉진 내지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백악관과의) 관세 협상 타결 이전부터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 이전부터 가파르게 증가해 왔다"고 짚고, 이번에 "관세 협상 후 투자가 해외에 더 많이 이뤄지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어 대책으로 "기업이 국내 산업에 설비를 투자하도록 해야 하한다. 산업구조 개선 측면에서 특히 '선별된 산업'만이라도, 우리 기업들과 국내 설비를 투자하는 것에 우선적 지원을 해달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