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관세 25% 적용에 애타는 車업계
김정관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마지막 단계"
"지연, 미국 내부 사정 때문...국내 문제 아냐"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그룹 제공]

한국과 미국의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 등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측이 힘을 앞세워 합의를 번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협상을 주도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1일 "날짜를 예단하지 않지만 거의 마지막에 왔다고 보고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관가와 재계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이른 시일 내 팩트시트를 내놓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시 김용범 정책실장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양국 사이의 세부 합의 내용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며 "팩트시트는 2∼3일가량 걸릴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회담이 마무리된 후 2주가량이 지났지만, 팩트시트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 내 부처 간 이견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핵추진 잠수함 한국 도입 문제 등을 놓고 미국의 외교·안보 부처들과 에너지부 간에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팩트시트 공개가 늦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동안 210억달러(약 30조8175억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X 갈무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동안 210억달러(약 30조8175억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X 갈무리]

가장 애가 타는 것은 여전히 관세 25%를 부과받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다. 지난 7월 처음으로 자동차 관세율 인하가 합의된 이래 3개월 넘게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피로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3분기 관세 비용은 각각 1조8212억원, 1조234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2% 감소했고, 기아는 무려 49.2%나 줄었다.

당장 이번 달 관세 인하가 적용되더라도 현지 판매를 거쳐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속한 관세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11월 1일 자로 소급해서 적용되더라도 이미 재고분이 25% 관세를 납부했다"면서 "4분기 관세 임팩트는 3분기와 큰 차이가 없고 내년에 온전히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오전 11시 30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 진전과 산업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오전 11시 30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 진전과 산업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에 김정관 장관이 진화에 나섰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토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공동 팩트시트 발표가 언제 이뤄지냐는 질의에 "최종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날짜를 예단하지 않지만 거의 마지막에 왔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연 사유와 관련해서는 "미국 측이 정부도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되는 상황이고 절차가 굉장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사정 때문에 늦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섣불리 자화자찬하는 것 아니냐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서는 "서명 전에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동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울러 미국이 약속한 자동차 관세 인하 적용 시점과 관련해 김 장관은 우리 정부가 대미 투자 기금 마련 근거를 담은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 달의 1일로 소급해 적용될 예정이라면서 한미 투자 MOU가 체결돼 공개되는 직후 정부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 과정에서 발 벗고 함께 뛰어준 국내 기업인들에게 감사도 표했다.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다른 나라는 관료만 오는데 한국은 기업인들이 같이 와서 설명한다"며 "기업, 정부가 함께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 기업인들이 크게 고생했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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