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엔비디아 첨단 칩, 타국에 안줘"…젠슨황, 韓 26만장 약속 물거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가운데 최첨단 제품의 수출 통제를 시사했다. 엔비디아가 대한민국 정부와 우리 기업에 총 26만장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와 배치되는 주장을 한 것이라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인 만큼 국내에서 과도하게 연관지어 해석하며 혼선을 빚을 필요는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 CBS방송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중국으로 최첨단 칩을 팔도록 허락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엔비디아와 그 문제를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며 다소 여지를 남기는 듯하다가 "최첨단 칩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첨단 칩은 미국 말고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블랙웰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공급할지에 관해 "막 나온 새 블랙웰은 다른 모든 반도체보다 10년 앞서 있다"며 "다른 사람들(국가)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칩 가운데 최첨단 제품은 중국뿐 아니라 우방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판매를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첨단산업 전략에 자칫 차질이 벌어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아 국내 주요 기업에 GPU 26만장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수치에는 최신 'GB200 그레이스 블랙웰'과 일부 'RTX 6000 시리즈'가 포함된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는 만큼 혼란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CBS 인터뷰 발언은 "엔비디아 최첨단 칩의 중국 판매를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전용기에서 발언한 것 또한 중국에 공급할지를 묻는 기자들 말에 답하면서 언급됐던 내용이다.

특히 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AI 전용 칩의 UAE 수출을 허용하면서 이 같은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는 UAE로의 엔비디아 AI 칩 수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으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2.17% 급등한 206.8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미국은 중국 등 적성국에 대해서는 엔비디아 최신 칩 수출을 불허하지만, 동맹에는 수출을 허용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젠슨황 엔비디아 대표가 우리나라를 방문해 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날 오전 10시45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2.07% 떨어진 10만8800원, SK하이닉스는 3.87% 빠진 59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