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쓴 대표작 '서아프리카의 경제사(1973년 초판)' 이후 늘 학계에 논란을 불러온 앤서니 G. 홉킨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가 미국을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을 냈다.
저자는 "미국의 권력은 유럽 제국들이 보여준 훨씬 긴 제국주의 역사와 비교할 때 심하게 단기적이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미국이 다른 사회를 쥐고 흔드는 통제력 또한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힘은 2차 대전 중의 활약과 그 승리 뒤 찾아온 냉전 기간의 몇몇 단호한 모습, 그리고 그 이후 단일 패권주의 완성 시기를 거치면서 워낙 인상깊게 각인됐을 뿐이라는 뜻이다. 역사 속 기존 제국주의에 비해서는 여전히 연약한 미국 제국주의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를 시도한 책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잠시 패권국의 지위에 올랐으나 그 위상이 결코 강력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즉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펼친 개입 정책 상당수가 실패로 돌아갔고, 심혈을 기울인 베트남과의 전쟁에선 패배하기도 했다는 점을 면밀히 규명한다.
저자는 미국의 전성기는 짧았고, 이제는 쇠락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숨은 이유를 찾고자 한다.
우동현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가 추천사를 썼다. 우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독자들이 특히 주목할 대목은 저자가 미국을 처음부터 예외적인 강대국으로 가정하지 않고 대서양 및 세계와의 교류 속에서 그 궤적을 추적하는 태도"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유일 강대국이라는 점에 미국을 좋아하는 보수나 반미로 치닫는 진보 모두 이의를 달지 않는데, 이 사고관 자체를 깨줄 책이라는 지적이다. 우 교수는 "이에 따라 이 책은 제국의 각축 속에서도, 또 식민지 지배를 겪으면서도 독자적 정체성을 지켜낸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지구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고 호평한다.
너머북스 펴냄, 정가 6만6000원(전자책은 4만6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