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침입자 발생 신고에 시큰둥....시민들 발 동동

얼마 전 서울경찰청장 임명 등 경찰 고위직 인사가 있었다. 불과 1주일여 전 일어난 일이다. 치안정감 승진한 지도 얼마 안 된 박정보 당시 경찰인재개발원장이 '별자리' 경찰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수도 서울의 치안 총수 자리를 꿰차자, 행운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경찰 내에서 실력 하나로 그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수사통'으로 잔뼈가 굵은 데다, 대유공업전문대 출신으로 경찰 간부후보로 입직(경위 채용)한 뒤 성실하게 오늘까지 일에 매달려 왔기 때문. 사실 경찰은 만성 승진 적체로 경위로 임명된 뒤 그냥 그 자리에서 끝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계급 정년이 있는 바로 위 경감도 못 달아보고 만년 소장을 하는 경우겠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라 능력만으로 경찰대와 행정고시 출신이 즐비한 직장에서 승진을 한 걸음씩 꾸준히 해온 것이다. 그러한 그의 노력과 눈물은 결코 행운이나 고향 덕으로 폄하할 것이 아니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사진 중앙에 박정보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대유공업전문대를 졸업하고 간부후보생으로 경찰에 입문(경위 채용), 진도경찰서장, 전남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한 입지전적 이력의 소유자다. '수사통'으로 분류된다.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사진 중앙에 박정보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대유공업전문대를 졸업하고 간부후보생으로 경찰에 입문(경위 채용), 진도경찰서장, 전남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한 입지전적 이력의 소유자다. '수사통'으로 분류된다. [사진=서울지방경찰청]

그는 진도경찰서장 시절에는 '아들 같은 경찰관'이라는 민원인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경찰상을 거론한 바 있다.

이번에 서울청장에 착좌하면서는(정식 취임일은 9월 29일) 부임 제일성으로 "적극 행정으로 일어난 문제에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고, "현장에 답이 있다"는 현장 제일주의를 언급했다. 

취임식에서 그는 '경찰헌장'을 가슴에 되새기며 청장 임무를 시작한다는 출세에 대한 감격의 변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경찰헌장의 선언과 다짐을 가슴에 되새김으로써 우리 서울 경찰의 어제를 성찰하고 내일의 이정표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헌장은 경찰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며 사회 질서를 유지해 모든 국민이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규정한다.

박 청장은 "모든 문제는 현장에서 비롯되며, 그 해답 또한 현장 속에 있다"며 현장주의를 외쳤다. 그는"무질서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의 목소리도, 사회적 갈등의 조짐도, 안전을 위협하는 불안 요인도 모두 현장에서 드러난다"고 부지런히 뛰어줄 것을 부하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현장의 재량과 권한을 충분히 부여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적극행정에 대한 충분한 포상과 함께 적극행정 과정에서 생긴 사고에 대한 포용적 면책 방침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런 수도 경찰 수장의 선언에 아직 먹물도 안 말랐는데, 서울 112가 전철 선로 침입자 신고를 받고서도 "침입자 위치를 좀 정확히 알아야 되는데..."라며 업무를 방기한 일이 생겼다. 전철이 여럿 멈추고 서행하고, 코레일 차내 방송을 통해 '침입자가 있긴 한데 소재를 못 찾아서 직원들이 찾고 있다'는 둥, '지금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30분째 해결이 안 되는 답답하고도 불안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듣는 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경찰관은 한 번 헤아려는 봤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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