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한국은행 과장 등 연구팀, KOSPI 상장 종목 분석해 실증 결과 얻어
유럽연합 벤치마크 관련 친환경 이슈 선례 통해 우리도 영역 확대 꾀할 만
EU, 금융상품 신뢰성 제고는 물론 상품 경쟁력 제고 '기후 벤치마크 일석이조'
한국은행에서 '주식시장을 통한 녹색전환 촉진방안:한국형 기후 벤치마크지수 도입 타당성 검토'가 발표된 가운데, 유럽연합(EU) 기후 벤치마크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한국 실정에 부합하는 국내 기후 벤치마크 지수(이하 K-PAB·CTB)를 설계, 운영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이 보고서는 K-PAB・CTB 지수는 민간의 친환경 투자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한국이 기후 벤치마크 시대 개막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박상훈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과장 등이 연구·작성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후 변화가 감지된다. 열대 스콜처럼 강한 비가 일시에 내리기도 하고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이 나오기도 한다. 사진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서울 시내 모습이다. 이런 기후 이슈 부각 국면에서 EU 기후 벤치마크를 배워 우리도 관련 지수 개발을 할 필요가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같은 지수 개발로 주식시장을 통한 녹색금융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사진=임혜현 기자]](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4029_242557_5051.jpg)
기후 벤치마크란 투자자가 금융상품이나 투자 포트폴리오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기후 관련 성과)을 비교 및 평가할수 있는 기준을 가리킨다.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주요 항목으로는 ▲ 탄소배출량 ▲ 탄소감축률 ▲ 탈탄소화 경로 ▲ 고탄소 기업 비중 ▲ 투자배제 기업 ▲ 신재생에너지 기업 비중 등을 반영한다. 특히 파리협정 이후에는 기후변화가 투자 위험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투자자들이 자산운용 전략을 수립하거나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후 관련 요소를 고려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도 된다.
이렇게 기후 벤치마크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금융 활성화를 고려하는 차원에서도 기후 벤치마크를 주목할 필요가 생기고 있다. 기후 벤치마크를 잘 구축·활용하는 것이 투자를 활성화하고 관련 영역에 자금조달을 돕는 방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향후 신뢰할 수 있는 기후 데이터 확충으로 지수의 투명성・신뢰성 제고할 수 있다. 또 정부의 실효성 높은 기후정책과 기관투자자의 저탄소 투자 확대로 수요 기반이 확대됨이 뒷받침될 때 K-PAB·CTB 지수의 완결성이 높아지고 관련 시장 조성도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국내 기후공시 도입은 지수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선결 요건"이라는 점도 이 보고서는 꼼꼼하게 지적했다.
이 문제를 입증하기 위해 김 연구원 등은 EU 사례를 집중분석했다.
먼저 보고서는 "자산운용사와 지수사업자는 PAB·CTB 지수 개발 및 이를 활용한 펀드 운용을 통해, 관련 금융상품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금융사업자 입장에서 PAB・CTB 지수상품은 탈탄소화 수준과 투자배제 기준 등 기후 관련 정보가 명확하므로 그린워싱 관련 법적・평판적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것. 또한 보고서는 "자산운용사는 PAB・CTB 지수의 정량적 지표를 기반으로 운용전략을 수립하고 성과를 평가할 수 있으므로, 펀드 공시와 마케팅에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아울러 "지수사업자의 경우 EU 기후 벤치마크가 지수 구성의 최소 요건만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자체 모형과 다양한 기후 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차별화된 지수 개발이 가능하다"고도 선진 사례를 소개했다.
한편 보고서는 "EU 기후 벤치마크가 투자자 측면에서 PAB・CTB 지수상품은 책임투자원칙(PRI) 및 기후공시 이행과 기후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유용함이 입증됐다"고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 기후 벤치마크는 구성 요건이 표준화된 데다 정량적인 탄소감축 목표 및 성과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투자자가 동 지수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책임투자원칙을 이행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보고서는 "국제기준에 부합한 기후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과정에서 투자 상품을 별도로 설명하거나 기후 관련 성과를 측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공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기후리스크 관리에 있어서도 동 지수상품은 고탄소 산업이나 전환 노력이 부족한 기업의 편입 비중이 낮으므로, 전환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투자손실 가능성이 완화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그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보고서는 "EU 탄소배출권 가격상승기인 2020~21년중 EU PAB 지수의 수익률은 탄소집약도가 높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 등의 영향으로 모지수 수익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거론했다.
이를 한국에 도입하는 경우에도 성공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 한국은행 측 분석이다.
보고서는 KOSPI 상장 종목(2025년 5월 기준 821개 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PAB·CTB의 탈탄소화 및 산업구성 요건을 적용하여 모지수(KOSPI) 대비 괴리율을 최소화(최적화 방식)하는 K-PAB·CTB 지수를 산출했다고 공개했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K-PAB・CTB 지수는 모지수와 유사한 재무성과를 유지하면서도 포트폴리오의 기후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보고서는 "탄소배출권 가격 현실화, 정책자금을 활용한 기후금융 육성, 연기금 등 장기 기관투자자의 탈탄소화 계획 수립과 저탄소 투자 확대는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