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비만약시장 2700억…위고비 2100억
8월 마운자로 등장에 더 성장…품귀 현상
2029년 'GLP-1' 글로벌 시장 105조 원 전망
한미약품·동아에스티, 근육 보존 차별화로 도전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셔터스톡]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셔터스톡]

노보노디스크가 국내 제약사 종근당과 함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공동 판매에 나서면서 시장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종근당의 국내 영업망을 활용해 처방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1위 굳히기' 전략을 세웠고, 경쟁사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 한국 법인과 종근당이 최근 위고비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내달부터 병·의원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 종근당이 84년간의 제약 경험과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분야에서 광범위한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어 공동 판매 파트너로 선정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1·2차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과 유통 채널 관리 역량이 뛰어나 외국계 제약사가 단독으로 공략하기 어려운 의료기관 대응에 강점을 가진 파트너로 평가된다.

종근당은 과거에도 공동 판매 전략을 통해 시장에서 성과를 입증한 바 있다. HK이노엔이 개발한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초기 입지를 다졌으며, 글로벌 제약사 암젠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성분명 데노수맙)와 머크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 등도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전례가 있다.

비만 치료제는 장기 투약과 순응도 관리가 핵심인 만큼 처방 시장을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는 역량이 핵심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종근당이 구축해 둔 인프라를 활용해 위고비의 국내 시장 침투 속도와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의원·약국 기준 비만치료제 시장(30병상 이상 병원 제외)은 27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40억원)보다 189% 증가했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위고비는 올 상반기에만 매출 2133억원을 달성하며 성장의 중심에 섰다. 이에 따라 노보노디스크와 손 잡은 종근당의 실적 개선도 예상된다.

다만 위고비의 독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2% 체중 감량 효과로 기대를 모은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가 지난 8월 출시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운자로는 GIP 수용체와 GLP-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활성화하도록 설계된 이중효능 주사제다. 역시 주 1회 투여한다. 

마운자로는 미국 시장에서 출시 1년 만에 위고비의 점유율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확산 중이다. 국내에서도 출시 한 달이 된 현재, 병·의원과 약국에서 마운자로 공급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급증한 비만 치료 수요를 방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DUR(의약품 사용 평가 시스템) 점검 처방 수 현황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지난달 20일 출시 이후 열흘 만에 1만8579건이 처방돼 위고비 출시 직후 월 처방량(1만1368건)을 넘어섰다.

두 대형 약물의 경쟁과 향후 등장할 먹는 GLP-1 치료제 등 신약들은 비만 시장을 더 키울 전망이다. 아이큐비아 보고서를 보면, 비만 시장은 신약의 지속적인 등장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며 GIP·GLP-1 약물이 오는 2029년 760억 달러(약 10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평균 23~26% 성장이다.

최근에는 '위고비'의 전신인 '삭센다'의 제네릭(복제약)이 미국에서 처음 허가돼 제네릭 경쟁 시작을 알렸다. 테바가 매일 맞는 GLP-1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제네릭 제품을 FDA에서 허가받았다. 위고비의 경우 2031년 미국 물질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달 18일 종근당 충정로 본사에서 종근당 김영주 대표(좌)와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 캐스퍼 로세유 포울센 대표가 위고비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
이달 18일 종근당 충정로 본사에서 종근당 김영주 대표(좌)와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 캐스퍼 로세유 포울센 대표가 위고비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

◆ 기술 차별화로 틈새시장 노리는 韓 기업들

글로벌 빅파마들의 각축전 속 국내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틈새를 노리고 있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등이 대표 사례다. 

한미약품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되는 '위장관 부작용'과 '근육 손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파이프라인은 HM15275는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근육 손실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발표된 임상 1상 결과, 우수한 안전성과 함께 4주 투여만으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HM17321은 세계 최초로 CRF2 수용체를 타깃해 지방 감소는 물론 근육량 증가까지 유도하는 혁신 신약이다. 전임상 연구에서 골격근 크기 증가와 기능적 개선 효과를 모두 입증했으며 올 하반기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부작용과 근 손실이 없고, 오히려 근육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치료제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 2상에서 7%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고, 글로벌 임상 3상에서는 심혈관 및 신장 질환 발생률을 각각 27%, 32% 감소시켰다. 내년 하반기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 확보가 기대된다"며 "파이프라인 가치는 약 3778억원으로 제시하며, 오는 9월 발표될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성공률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에스티도 미국 자회사를 통해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 'DA-1726'을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에너지 소비를 촉진해 강한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미국 임상 1a상 중간 결과, 4주간 최대 6.3%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으며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동아에스티도 연말 고용량 임상 결과를 통해 파이프라인 가치를 입증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주사제'가 아닌 먹는(경구용) 비만 치료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개발 속도가 고용량군 임상 결과를 눈앞에 둘 만큼 빠르다는 평가다. 일동제약에선 내부적으로 올 3분기 중 고용량군 데이터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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