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빅테크 CEO 간담회 개최...소상공인 지원·정보보안 강화 등 논의

(왼쪽부터) 이종오 금융감독원 디지털IT 부원장보, 박대준 쿠팡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배민) 대표가 11일 열린 간담회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왼쪽부터) 이종오 금융감독원 디지털IT 부원장보, 박대준 쿠팡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배민) 대표가 11일 열린 간담회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빅테크 업계에 소비자보호를 최우선하기를 주문했다. 또 디지털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다양한 경제주체와 소통을 지속하며 동반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11일 이 원장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네이버스퀘어에서 네이버, 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민) 등 5개 주요 빅테크 기업 CEO와 소상공인연합회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금융·결제·쇼핑·배달 등 국민의 일상 곳곳에 함께 하고 있는 빅테크의 건전한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최근 사회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빅테크 이용자 보호, 소상공인 지원 및 IT·정보보안 강화 등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빅테크도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업과 마찬가지로 이용자(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테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다양한 경제 주체를 수익 창출의 도구로만 보지 말고, 함께 성장해 나갈 동반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 원장은 빅테크가 플랫폼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봤다. 대출 플랫폼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혁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행·증권 등 전통 금융업에도 진출하면서 금융의 성장과 경쟁 촉진도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원장은 이어 빅테크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4가지 제언을 제시했다. 주 내용은 ▲플랫폼 이용자 중심의 경영 정착 ▲전자금융거래 이용자 보호 집중 ▲플랫폼 입점업체 등 소상공인과의 상생 ▲빅테크 위험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 등이 나왔다.

그는 '엔쉬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을 언급하면서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플랫폼 운영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제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엔쉬티피케이션은 빅테크가 처음에는 양질의 컨텐츠와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지만,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고 플랫폼 이용자가 이탈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원장은 "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이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플랫폼에 수반되는 전자금융 거래의 이용자 보호에 경영 역량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금감원이 제시한 'PG사 정산자금 외부관리 가이드라인' 시행 등에 발 맞춰, 빅테크도 안전한 전자지급결제 환경 조성을 위해 힘을 기울여 줄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모두가 잘 사는 성장'을 위해 빅테크가 소상공인의 든든한 조력자가 돼 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정부 국정과제로 제시된 '온라인 플랫폼과 소상공인의 상생'이 포함된 내용이다. 빅테크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합리적인 수수료 부과, 신속한 판매대금 정산 등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또 "빅테크의 운영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빅테크가 자체적으로 위험 관리 및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해 실효성 있게 운영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플랫폼을 통해 광범위한 금융 서비스가 제공됨에 따라 리스크가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빅테크와의 정기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빅테크가 체계적인 위험 관리를 통해 균형있는 성장을 이루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IT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빅테크 플랫폼에는 수천만명의 정보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T 리스크 관리를 비용 요인(cost-center)이 아닌, 빅테크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면서 충분한 IT 보안 투자 등 사고 예방을 위한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당부했다. 빅테크의 전산 장애나 사이버 침해 사고는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금감원도 보안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랜섬웨어 등 사이버 위협에 대한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IT 안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빅테크 CEO들은 금융당국 및 소상공인연합회와 한 자리에서 소통의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소상공인 등 다양한 플랫폼 참여자와의 동반 성장 등에 있어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 등 빅테크가 소상공인 지원에 동참해 줄 것을 건의했다. 

빅테크 CEO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고도화, 수수료 합리화, 교육, 마케팅 등 입점업체 지원과 같이 회사별 추진 전략을 공유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이용자보호 및 소상공인 상생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 원장은 "빅테크가 고객 이익과 신뢰 확보를 기반으로 혁신 성장을 지속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금감원 역시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을 구현하면서 빅테크의 상생과 혁신 노력을 뒷받침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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