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금융주 모두 EPS 서프라이즈 기록
증권가 "트럼프 취임 이후 은행 전망 대체로 긍정적"
국내 금융주 상승 마감…올해 밸류업 기대감↑

(왼쪽부터) 미국 대형은행주 3곳의 4분기 실적 결과, 평균 대출금리 그래프. [KB증권 제공]
(왼쪽부터) 미국 대형은행주 3곳의 4분기 실적 결과, 평균 대출금리 그래프. [KB증권 제공]

미국 대형은행주가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당선 수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금융주 역시 올해 상반기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의 상승국면이 기대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한 주요 금융주 모두 EPS(주당순이익)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뒤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리 하락에 강세를 보인 성장 업종(경기소비, 커뮤니케이션서비스)의 뒤를 이어 금융 업종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작년 4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140억 달러로 집계됐다. IB 부문 수수료가 전년 대비 49% 증가했고, 자산관리 운용 수수료가 21% 늘어나는 등 비이자수익이 크게 개선됐다.

시티그룹 역시 지난해 4분기 주당 순이익이 1.34달러로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호실적을 발표했다. 웰스파고도 지난해 4분기 주당 순이익이 1.42달러로 집계돼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특히, JP모건과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4분기 IB(투자은행)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20~40%대 성장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낮아졌고, 트럼프 당선으로 규제완화와 감세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 환경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IB 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IB 딜 수요 환경에 대한 은행들의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라며 "골드만삭스 CEO(최고경영자)가 대선 이후 CEO들의 자신감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고, 투자 확대 등 자금조달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을 촉진하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취임 후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이 사임할 예정"이라며 "트럼프가 보다 기업 친화적인 기조를 가진 후임을 임명할 수 있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형은행 자본 인상 비율 결정을 비롯해 여러 금융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부연했다.

다만, 대형은행 3곳의 실적에서 공통적으로 순이자이익(NII)은 감소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낮아지기 시작했는데, 이전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비해 대출금리 하락 속도는 더딘 편이다.

안 연구원은 "여전히 대출금리가 높아 대출 수요를 유의미하게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일부 대형은행은 올해 순이자이익 회복 가능성을 예고했고,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점차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융 초점 이미지. [파이낸셜포스트 DB]
금융 초점 이미지. [파이낸셜포스트 DB]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금융주도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시현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0.56% 오른 9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 0.52% △우리금융 0.65% △메리츠금융 2.87% △DGB금융 1.37% △JB금융 1.39% 등 금융주가 동반 상승했다.

특히, 올해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도 더해졌다. 증권가에서는 금융주가 향후 다시 코스피 대비 초과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지난해 12월에만 은행주를 약 6660억원 순매도했고, 지난해 4분기 순매도 규모는 총 9420억원에 육박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지난해 초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은행주를 약 1조6000억원이나 순매수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들 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국내 금융주를 지켜보던 투자자들이 아닌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 실시 이후 일본 은행주 상승 사례를 벤치마크해 국내 은행주를 매수한 New Money(뉴 머니)들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 강달러 기조와 정치적 혼란으로 외국인들의 순매도 공세가 거세졌으나, 올해부터는 외국인 순매도세가 일단락될 것"이라며 "은행주 주가 조정 현상도 마무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또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연말 CET1(보통주자본비율)에 대한 우려가 내달 초에 시작될 어닝시즌을 전 후로 완화되면서 밸류업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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