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과 부정적인 수급 환경으로 시장 우려 확대
반도체 업종서 TSMC의 부진한 실적ㆍHBM 수출 규제 관건
삼성전자, 내년 실적 컨센서스 하회 전망
![그래프 이미지 [픽셀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7465_222420_3456.jpg)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부정적인 수급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의 부진한 실적과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수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13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대형주 중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0.54% 내린 6051.25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도 1만9902.84에 장을 마감하며 전 거래일보다 0.66% 하락했다.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에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3.9bp(bp=0.01%포인트) 오른 4.193%를 기록했다. 이어 1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5.7bp, 6.4bp 상승했다.
이에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도 0.88% 떨어졌다. △엔비디아(-1.41%) △브로드컴(-1.39%) △마이크론(-3.74%) △램리서치(-3.39%) △KLA(-0.35%) △ASML(-0.19%) △퀄컴(-0.99%) △TSMC(-1.32%)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1.20%) 등 반도체 관련 업종이 동반 하락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랠리를 주도했던 나스닥과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했다"며 "국채 금리도 장중 상승폭을 확대함에 따라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도 "인플레이션 둔화가 정체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소매물가(CPI)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도매물가(PPI)의 오름세가 인플레이션 재발에 대한 우려를 남기며 시장에 부담을 주었다고 판단한다"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한 달 앞둔 가운데 향후 추진될 고율 관세와 감세 정책의 조합이 전반적인 물가에 상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7465_222421_375.jpg)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반도체 업황이 하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내년 실적이 컨센선스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RAM(디램)이 엔비디아향 HBM3e 양산 공급 지연과 중국 CXMT의 DDR4 저가 판매, 범용 디램 수급 악화 등으로 인해 연말ㆍ연초 동안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며 "NAND(낸드)가 고객 기기 수요 부진과 공급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인해 보수적이었던 우리의 예상보다 더욱 가파른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내년에는 8세대와 9세대 V-NAND를 양산하며 원가 절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산업 내 수급 악화와 가격 하락으로 인해 올해 대비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며 "파운드리는 가동률 추가 하락으로 인해 올해 4분기에도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에 대해서는 "DS(Device Solution) 부문 내년 영업이익이 19조2000억원, 전사 39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컨센서스(전사 영업이익 45조4000억원)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이달 초 미국 상무부에서 발표된 새로운 대중국 수출 규제 역시 삼성전자의 HBM 사업에 대한 단기 악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규제 사항에는 반도체 제조장비 24종, 반도체 소프트웨어 3종과 HBM이 포함됐으며, 중국 반도체 장비사와 제조사 140여개가 entity(독립체) 목록에 들어갔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따르면 미국은 AI(인공지능) 개발 핵심 재료인 HBM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게다가 미국 수출관리 규정의 적용을 받는 HBM 제품은 미국산은 물론 외국산까지 이번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생산 중인 모든 HBM 제품의 대역폭 밀도가 곱밀리미터(㎟)당 2기가바이트보다 높다는 평가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AI 개발의 핵심 재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이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의 HBM 매출 중 30%는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달 20일(현지시간) 트럼프 취임 이후 구체적인 규제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 건물 전경. [TSMC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7465_222422_3720.jpg)
또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의 올해 4분기 부진한 실적 전망도 투자 심리 위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달 TSMC 매출액은 전월 대비 12% 하락한 2760억6000만 대만달러(한화 약 12조1500억원)로 집계됐다.
부진한 매출액으로 인해 TSMC의 올해 4분기 가이던스 충족을 위해선 이달 매출액이 2580억 대만달러(한화 약 11조3778억원)을 기록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AI 수요가 급증했던 지난 2022년과 지난해의 12월 계절성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됐다.
박 연구원은 "지난달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인 Mediatek과 Apple Vendor의 매출액은 전년도 계절성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연말ㆍ연초 스마트폰의 수요 부진 우려가 자극됐다"며 "지난달 대만 메모리 업종 합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Nanya 매출액이 전월 수준을 유지했지만, 판가 하락 영향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며 "메모리 유통 업체 합산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7%하락하며,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향후 증시 시황에 대해선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이 "비상 계엄령 사태 이후 최근의 국내 증시 흐름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상이나 수급적으로나 저점 인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급락으로 인해 연기금의 저가 매수세 유입이 국내 증시의 하방을 당분간 단단하게 지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국내 고유의 정치 이벤트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차주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수급 여건이 더 개선될 가능성에 주목해볼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