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용 소액주주연대 대표 6일 공식 사퇴
"시장교란·주가조작 행위 없었다…주식 판 적도 없어"
법조계 자본시장법 위반 지적도 나와
일부 소액주주들 법적 대응 움직임
이사회 정원 변경 불가능할 듯

한미약품 사옥 전경.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사옥 전경. [한미약품 제공]

지난 1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 측을 공개 지지한다고 밝혔던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전격 사퇴했다. 앞서 불과 하루 만에 내부 반발로 지지 철회를 선언했던 이 대표가 지본시장법 위반 논란까지 불거지는 등 소액주주 내부 균열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는 분위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6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주주 대표에서 공식 사퇴한다"는 뜻을 전했다. 3자 연합 공개지지 직후 반발이 격화하자 소집된 연대 화상회의에서는 이 대표 사퇴 방안과 액트에 지지 철회 글을 게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바 있다.

앞서 지난 1일 소액주주연대는 선언문을 통해 "형제 측의 경영권 장악 이후에도 속절없이 하락해 온 주가 정상화를 위해 3자 연합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액트 플랫폼에 모인 한미사이언스 주주는 1215명으로 지분으로 따지면 2.26% 수준이었다.

지지 결정은 지난달 30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간담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고향 동생으로 자동차부품 제조기업 한양정밀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신동국 회장은 임성기 회장의 권유로 지난 2010년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출범할 당시 420억원을 투자해 지분 12.5%를 사들였다. 지난 7월 3일에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9월 거래를 마무리해 한미사이언스의 1대 주주에 올랐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이 대표는 사퇴의 변을 통해 "화상회의 등을 통해 약속드린 대로 사퇴하는 것이며, 제 집 주소가 온라인상에 다수 적시되며 찾아오겠다는 분들 때문에 집에 1주일 가까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집 주소를 거론하며 위협하는 행위를 멈춰달라"고 말했다.

일부 주주들이 3자 연합 지지와 관련해 제기한 주가 조작 의혹에 관해서는 "액트에 지지선언 하나 올린 것 외에 시장 교란이나 주가 조작에 해당될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올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단 한 주도 매각하거나 공매도를 한 적이 없으며, 주변 누구에게도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신 회장과 간담회에는 연대 외에도 다수의 기자들이 배석했고, 제가 알기로 기자들도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이는 없다"며 "지지선언 또한 주주연대 운영진의 결정이었으며 액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액트 대표는 올해 3월부터 8개월간 아무 사심 없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 주식 보유 여부는 액트에서 추천한 대로 주주대표 사퇴 후에도 예탁결제원으로부터 소유자증명서 발급을 통해 증명하겠다"며 "소액주주들은 하나로 뭉쳤을 때 의미가 있고, 주주연대와 액트에 대한 과도한 공격에는 주주연대를 분쇄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어 "가족의 안전을 지키고 한 가장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빨리 떠나게 됨을 이해해달라"며 "제가 없더라도 소액주주가 잘 뭉쳐서 누가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는 후보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한미그룹 임주현 부회장. [한미그룹 제공]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한미그룹 임주현 부회장. [한미그룹 제공]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그룹 제공]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그룹 제공]

한편, 법조계에서는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의결권을 모아달라는 취지로 발언하는 것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종사자는 "감독 당국의 조사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소액주주연대 대표자와 신동국 회장 간 간담회 자리에 해당 기업 관계자가 배석하고, 소액주주연대의 지지 선언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등의 활동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3자 연합 지지를 철회했던 이 대표는 이후 "공개지지 선언에 대해 주주들 의견이 반영된 바 없으므로 대표 자격이 없는 개인의 일방적 지지선언이자 해프닝"이라고 추가 입장까지 전했지만 파열음은 이어졌다. 소액주주연대 주주들은 3자 연합 지지 선언 이후 내부에서 법적 움직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은 현재도 '누가 소액주주연대에 대표 자격을 줬나', '지지 언론 플레이로 주가 조작을 하고 있는 자들은 처벌받아야 한다', '사전 계획된 주가 조작 사건이다', '소액주주연대 탈퇴한다' 등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한편, 오는 28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는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 안건과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되어 있다. 현재 임재현 대표 측이 5대 4로 3자 연합에 비해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이사 선임 안건은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이사회 정원 정관변경은 주총 출석 의결권 3분의 2(66.7%) 찬성이 필요하다.

만약 정관 변경 없이 빈 자리인 한 명의 신규 이사가 선임될 경우 양측이 5대5 동수 이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룹 내 의사결정이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경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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