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4일 최고위원회의서 금투세 폐지 방침 밝혀
"원칙·가치에 따르면 금투세 강행 맞지만… 주식 시장 어려워"
금투세 폐지 발표 이후 코스피, 코스닥 1~2% 급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금투세 폐지가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당이 2022년 10월 '금투세 시행'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 2년여 만이다.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앞세운 외연 확장 행보의 하나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주식 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 투자로 얻은 소득(연 5000만원 이상)에 과세(20%, 3억원 이상 25%)하는 제도로, 2020년 도입돼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적용 대상 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며 시행이 두 차례 연기됐다. 이번에 여야가 폐지에 합의하면서 시행은 무산될 전망이다.

그간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와 '폐지'를 놓고 찬반 논쟁을 벌여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시행'을 강하게 주장하는 측과 이소영 의원을 비롯한 '보완 후 시행 및 폐지파'의 반론이 부딪혔다. 

이재명 대표는 당내 금투세 시행 주장 목소리를 존중해 왔다. 조세 정의 원칙에 따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입장을 지켜왔지만, 최종 선택은 '유예'도 아닌 '폐지'였다. 차기 대선을 치르는 2년 뒤 또다시 금투세 시행·유예·폐지론을 두고 논쟁이 터져 나올 가능성을 사전 차단한 것이다.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금투세를 강행하는 게 맞지만, 현재 주식 시장이 너무 어렵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도부 결정에 지지를 표명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도부가 결단한 만큼 당인으로서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소영 의원은 "지지하고 환영한다"며 "이제 상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욱 전 의원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밸류업 제도를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오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장 초반 1% 넘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강보합으로 출발했던 증시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 이후 상승폭을 확대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4일 오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장 초반 1% 넘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강보합으로 출발했던 증시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 이후 상승폭을 확대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1월 본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처리하도록 야당과 즉시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늦었지만 금투세 완전한 폐지에 동참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11시 42분 장중 2578.99까지 오르며 기준 전날 대비 1.51% 상승한 2580.64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전날 대비 3.21% 상승한 752.45를 나타냈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133억원, 190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 선회 배경에는 중도층 민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 있다.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밝히면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무엇보다 우선"이라며 실용적 노선을 강조했다. 주식 시장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고, 시장의 활력을 회복하려는 의도다.

진보 진영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결정으로 조세 정의와 정치 신뢰도가 함께 폐지됐다"고 비판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두 정당은 금투세와 함께 정책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함께 팽개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주가 조작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불공정한 시장이 문제"라며 "기업 지배 구조 개선과 주주 권리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 등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행사에 참석해 친기업 행보를 이어갔다. 최태원 SK 회장과의 차담회 및 AI 기업 간담회를 통해 기업인들의 고충을 청취했다. 이는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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