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이건희 소아암 사업' 직접 챙겨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 사업단 성과 공유
9521명 환아 진단, 3892명 치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ㆍ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해 환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ㆍ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해 환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6년 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은 다엘(11)이는 소아암 항암치료와 재발, 진단을 반복한 결과 건강을 되찾고 있다. 회당 100여만원에 달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미세잔존질환(NGS-MRD) 검사를 아홉 번이나 대견하게 이겨냈다. 회당 약 5억~7억원에 달하는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도 받았다.

하율(14)이는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 갈수록 팔 근육 힘이 약해졌다. 일상 생활도 하기 버거웠다. 서울대병원 연구과제를 통해 옷감형 인공근육 어깨 보조기를 지원받으며 희망을 되찾았다.

다엘, 하율이에게는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이 큰 힘이 됐다.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은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연구를 지원하는 10년간의 중장기 사업이다. 지원사업단은 지난 2021년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족으로부터 전달받은 기부금 3000억원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던 이 선대회장의 유지를 따르기 위해서다. 이 선대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인 1989년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해 삼성어린이집을 운영할 정도로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왼쪽부터)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최은화 소아암ㆍ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 [삼성전자 제공]
(왼쪽부터)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최은화 소아암ㆍ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가(家)의 이 같은 행보를 놓고 각계각층의 기부 동참을 이끄는 '기부 선순환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은 지난해 10억원을, 가수 이승기는 2022년 20억원을 각각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한 바 있다.

사업단은 3000억원의 기부금을 △소아암(1500억원) △소아 희귀질환(600억원) △소아 공동 연구 등(900억원)에 배정해 기반 구축을 완료하고 구체적인 치료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9521명의 소아암·희귀질환 환자들이 진단을, 3892명이 치료를 받았다. 2만4608건의 코호트 데이터가 등록됐고 전국 202개의 의료기관과 1504명의 의료진이 협력해 아이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21일에는 다엘, 하율이처럼 새 삶을 되찾은 환자들과 가족들, 기부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업단 측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ㆍ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제공]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ㆍ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제공]

특히 반도체 사업 실적 부진 등 위기 속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행사에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끈다. 평소 동행철학을 강조해 온 이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홍라희 전 삼성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이 회장과 홍 전 관장이 이 사업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늘색 넥타이를 맨 이 회장은 이날 오후 2시2분 홍 전 관장과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이 회장과 홍 관장은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등과 함께 행사장 맨 앞줄에 앉았다. 이 회장은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주제 영상을 시청하고 환아들의 주제 토크와 기념공연도 모두 지켜봤다. 이 회장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한 환아 다엘군이 "평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자주 만들어 마신다"고 말하자 미소를 띠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뒷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용태 국회의원, 박중신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최은화(앞줄 왼쪽) 소아암ㆍ희귀질환 지원사업단장이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ㆍ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서 환아ㆍ의료진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뒷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용태 국회의원, 박중신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최은화(앞줄 왼쪽) 소아암ㆍ희귀질환 지원사업단장이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ㆍ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서 환아ㆍ의료진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 회장은 환아들과 기념 촬영을 위해 홍 전 관장과 함께 무대에 올라가서도 밝게 웃으면서 환아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 회장은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한 환아의 사진 촬영 요청에 무릎을 꿇고 환아를 보듬으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이날 취재진이 취임 2주년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떴다. 홍 전 관장도 미소만 지은 채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소아암과 희귀질환은 질병의 종류가 다양하고,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치료법 개발이 어렵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 환자들은 의료 접근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단은 전국적인 의료 인프라 확충과 지역 병원들과의 협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현재 사업단은 1단계 기반 구축을 완료하고, 2단계에서 구체적인 치료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째 소아암 사업에 1500억원을 배정해 완치율 향상을 위한 치료·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둘째 소아 희귀질환 진단 네트워크 및 첨단 기술 치료 플랫폼 구축 사업을 위해 6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셋째 전국 네트워크 기반의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는 공동연구에 900억원이 배정되어 있다.

(왼쪽부터) 김용태 국회의원,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최은화 소아암ㆍ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 [삼성전자 제공]
(왼쪽부터) 김용태 국회의원,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최은화 소아암ㆍ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 [삼성전자 제공]

이날 행사는 이러한 성과를 기념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나누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상영된 ‘Together we are strong’ 영상은 소아암과 희귀질환을 이겨내는 환자들의 여정을 담아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환자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헌신적인 의료진의 노력은 사업의 가치와 기부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시간이 됐다. 이어진 ‘희망 이야기’ 토크 세션에서는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병마를 이겨내며 꿈을 키워가는 과정, 그리고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다졌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치료와 지원을 넘어,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꿈꾸는 미래에 함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전국적인 의료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한 의료 접근성 향상의 목표가 점차 실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은화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서울대병원 소아진료부원장)은 “우리 사업단은 소아암과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 사업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희망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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