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계열사서 14억원 규모 손태승 부당대출 또 적발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출신 계열사 임원 개입 지적"
증권가서 우리금융의 올해 3Q 실적 컨센서스 상회 전망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4042_217953_953.png)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이 전 계열사까지 동원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권은 물론 금융 고객들까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취임 일성에서 강조했던 '조직ㆍ기업문화 혁신' 목표가 무너지면서 업계 비판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예상치)가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 계열사인 저축은행과 캐피탈에서 총 14억 규모의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을 확인했다.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지난 8월 우리은행에서 350억원대 부당대출과 지난달 우리투자증권에서 3억원의 부당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계열사에서 또 적발된 것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 두 곳 모두에서 통상적 기준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대출이 일어났으며, 대출금 일부가 유용됐다.
우선,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 1월 31일 전 회장 처남의 배우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에 7억원의 신용대출을 취급했다. 대출 신청과 심사 과정에서 우리은행 출신의 저축은행 임직원(기업그룹장, 심사부 부장)이 적극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저축은행 내부 직원이 해당 대출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우리은행 출신 법인 재무이사와 저축은행 부장, 그룹장이 면담후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우리금융캐피탈에서의 첫 부당대출은 지난 2022년 10월 21일에 실행됐으며, 전 회장의 장인이 대표이사였던 법인이 부동산 담보대출 7억원을 받았다. 이후 장인이 대출금 일부를 유용한 것으로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인됐다. 특히, 부당대출 진행 과정 속 우리은행 센터장이 캐피탈 본부장에게 대출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우리은행 센터에서 해당 대출 서류를 작성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도 발견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계열사 부당대출 실행 과정에서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았음에도 우리은행 출신의 계열사 임원이 적극 개입한 점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지주내 구태의연한 조직문화, 느슨한 윤리의식과 함께 지주차원의 내부통제 미작동 등이 금융사고의 예방ㆍ조기적발을 저해해 부적정 대출이 계열사로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검사로 확인된 전 회장 친인척과 해당 법인의 재무이사(우리은행 출신), 해당 대출에 관여한 우리은행 출신의 계열사 임직원 등을 대출금 유용 등 위법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했다"며 "부적정 대출을 취급하고 만기연장에 관여한 저축은행과 캐피탈 임직원에는 엄중한 자체 징계 조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그룹이 지난달 28일 10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협력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디노랩 서울 5기’를 시작했다.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4042_217954_113.jpg)
다만, 우리금융에서는 올해 들어 금융사고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손 전 회장 사태를 단발적 금융사고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전사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승진 구도가 폐쇄적이라서 서로 물고 뜯으며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결국 금융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며 "우리금융 내에서 조직관리체계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룹 전체적으로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임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부터 조직ㆍ기업문화 혁신을 줄곧 강요해왔지만, 결국 부실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로 결과는 긍정적이지 못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임 회장은 취임 당시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후 조직 개편을 통해 총괄 사장, 수석 부사장제를 폐지하고, 지주 임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지주 슬림화'를 추진한다"며 "'신뢰'가 금융업이 성립하는 이유이자 본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한 급선무는 탄탄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추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각 자회사들이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뒷받침된 건전한 영업문화를 정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오는 10일 임 회장이 금융그룹지주 회장 최초로 국정감사에 출석해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질의와 관련해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임 회장은 우리은행의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사태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4개월 지연 보고 의혹을 부인하며, 불법행위라는 점을 몰랐다는 식으로 답변해 업계에서는 해명이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야기된 바 있다.
게다가 지난달 30일 공개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때 관련 물음에 침묵을 유지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임 회장의 발언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자료 이미지. [우리금융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4042_217956_1233.jpg)
이런 분위기 속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700억원 규모의 충당급 환입 기효과 영향으로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이 컨센서스를 2.9% 상회하는 8861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대출 증가세로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순이자이익이 전 분기보다 0.2% 증가하고, 비이자이익은 지난해보다 86.3% 상승할 것"이라며 "수수료 손익이 21.8% 오르고, 금리와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평가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원화대출은 전 분기 대비 5.4% 증가하며 기대치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그룹 CCR은 47bp(bp=0.01%)로, 전년 동기 대비 18bp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금융에 대한 목표주가도 1만9500원으로 상향했다. 강 연구원은 "밸류업 자율 공시를 통해 보통주자본비율(CET1) 세분화로 구간별 총주주환원율 제고 계획을 명확하게 공시해 CET1 단계뼐 주주환원의 가시성이 확보됐다"며 "현재 추진 중인 생명보험사 인수 초기 CET1 영향이 9bp 내외로 추정돼 비은행 기여도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에는 아직 변수가 많이 존재한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시작으로 동양ㆍABL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지난 7일부터 실시한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와 인허가 여부가 큰 관건이다.
금융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으로부터 재무상태와 경영관리상태를 평가받아야 하는데,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등의 항목에서 배점을 낮게 받아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이하로 측정될 경우 보험사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ㆍABL생명 인수 건이 당국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라며 "우리금융 경영진들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의 늑장 보고를 한 것으로 당국은 우리금융을 신뢰할 수 없다"며 우리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운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