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 한 달 동안 주춤했던 은행권 금리 인상 재개
저금리 시대서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누적 가능성 유의
![금융 초점 이미지. [파이낸셜포스트 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3820_217656_53.jpg)
최근 계속 늘어나는 가계부채로 은행권에서 '도미노 금리 인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 포인트 금리인하)' 단행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시행될 경우 부동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더욱 자극할 수 있기에 한국은행에서 가계부채와 집값 추이를 더욱 세밀하게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를 위해 주택 관련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했으나,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추가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는 7조8466억원으로, 추석 연휴 사흘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3412억원씩 증가했다. 지난달(3596억원)과 비교해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남은 3개월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며 "금융지주 차원에서 대출, 지분투자 등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유입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 금리 인상 계획을 공시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주기형)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연 3.64~6.15%로 집계됐다. 변동금리는 연 4.50~6.69%다.
앞서 지난 7~8월에는 가계대출 잔액 증가 폭이 커지면서 치열하게 경쟁한 바 있다. 이후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하면서 약 한 달 동안은 소강상태였으나, 다시 금리 인상 경쟁에 불이 붙은 셈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전세대출 상품의 감면 금리를 최대 0.5%p(포인트) 내렸다. 비대면 하나원큐 전세대출은 0.2%p, 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전세대출 상품은 최대 0.5%p 감면 금리를 축소했다.
KB국민은행도 오는 4일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25%p 인상한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KB주택담보대출(변동·혼합형)'의 금리는 0.2%p, 전세대출 금리는 보증기관에 따라 0.15~0.25%p 올린다. 이 외에도 △KB 주택전세자금대출(HF) △KB 전세금안심대출(HUG) △KB 플러스전세자금대출(SGI) △KB 온국민 신용대출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금리도 상향 조정한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오는 4일부터 신규구입자금과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p 인상한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품은 0.1%p, 변동금리(6개월) 상품은 0.2%p 금리를 올린다. 이어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45%p 상향한다.
우리은행도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p 인상하고, 전세대출 금리는 0.2%p 올린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0.1~0.3%p 축소하면서 사실상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게다가 풍선효과가 우려됐던 지방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BNK경남은행은 지난 1일부터 'BNK모바일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35%p 인상하고, 수도권 지역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iM뱅크도 지난달 4일(0.50~0.60%p)과 13일(0.65%p) 두 차례에 걸쳐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3820_217657_541.jpg)
이러한 영향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설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앞서 금융업계와 투자업계에서는 미국이 기준금리 0.5%p 낮추는 '빅컷'을 단행한 뒤 한국은행도 올해 1회, 내년 2회 수준의 금리인하에 나서며, 분기당 1회 수준의 점진적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 수준인 2% 선으로 둔화하고 있다"며 "소매판매가 지난 2022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세를 지속하는 등 국내 내수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저금리 시대에 들어서면 부동산 시장에서 과열이 일어나면서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수요와 가계대출 부채량이 커질 수 있는 점이 변수다. 실제로 금리가 낮을수록 은행에 묶여있던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전국 건축물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5년(기준금리 1.5%)에 처음으로 거래량 200만호를 돌파해 총 201만5827호를 기록했다. 아울러 0.5%로 역대 최저금리 시대를 열었던 지난 2020년에는 243만8446호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06년 이후 역대 최고 거래량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내고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충격반응함수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떨어지면 1년 후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0.43%포인트 더 오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의 상승률은 0.83%포인트로 전국보다 훨씬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대출 규모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466조7000억원이며, 그 중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60%를 초과하는 고LTV 대출 금액은 155조2000억원에 달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 여건 완화가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누적 등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금융 불균형 확대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등 조화로운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기준금리의 향방에 대해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한 신용대출 증가 추이, 부동산 시황, 가계부채 누적량 등 여러 부문을 고려해야하므로 금리 인하설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다수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당장 인하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가계대출 옥죄기'를 지속하면서 이달에 정부의 관리 효과가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