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월 기준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금융사고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속도 부진
직장 내 괴롭힘도 최다 발생…조직문화 문제 거론

NH농협은행 본관 전경. [NH농협은행 제공]
NH농협은행 본관 전경. [NH농협은행 제공]

NH농협은행이 올해 들어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가장 많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불명예 금융지주에 올랐다. 책무구조 역시 아직 검토 단계에 그쳐있어 내부통제 대응에 대한 속도가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금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농협은행이 책무구조 도입도 늦어지는 분위기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5대 은행 금융사고 적발·처분 결과'를 보면 지난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5대 은행에서 총 67건의 횡령, 배임, 사기 등이 발생했다. 이를 연도별로 나눠보면 △2022년 22건 △지난해 19건의 사고가 적발됐는데, 올해는 8개월 만에 벌써 26건이 벌어졌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농협은행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은행 8건 △하나은행 4건 △우리은행 3건 △신한은행 1건 순이었다.

이 기간 금융사고 규모를 기준으로 봤을때도 농협은행이 291억8030만원을 기록하며, 5대 금융지주 중 높은 순위에 들었다. 우리은행(270억1120만원), 하나은행( 76억420만원), 신한은행(3420만원)이 뒤를 이었다.

농협은행은 올해 10억원이 넘어 수시공시가 이뤄진 금융사고만 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10억원 규모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으며, 이후 내부 감사 등을 통해 지난 5월 11억원, 53억원 규모의 금융사고와 지난달 121억원 규모 횡령이 추가로 들어났다.

이러한 영향으로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타행이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이 목표는 공염불에 그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시 이 행장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며 "지난해 농협은행의 미래경쟁력강화와 지속성장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그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고 잎을 키워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석용 은행장이 농협 중앙교육원에서 2023년 하반기 공채 신입행원에게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농협은행 제공]
이석용 은행장이 농협 중앙교육원에서 2023년 하반기 공채 신입행원에게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농협은행 제공]

이에 농협은행이 은행권 중 가장 먼저 내부통제위원회를 구성해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타 시중 은행들의 대처와 달리 아직 속도가 많이 늦은 편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들의 직책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책임을 명시하는 문서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도 불린다.

시중은행들이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제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인센티브를 언급하며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과 시행 필요성을 강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계기로 금융권 전체가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 신한은행은 지난 23일 금융권 최초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감독당국에 제출하고,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참여를 시작했다. 이어 KB국민은행도 책무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인 'KB책무관리실' 신설을 발표해 오는 10월 중으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준법지원부 주관으로 책무구조도 관련 TF를 진행해 준법감시 담당자에게 발송을 마쳤으며, 마무리 작업을 거쳐 당국에 최종 안건을 조기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도 오는 10월 말까지 세부 조정을 마치고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할 방침이다.

반면에 농협은행은 지난달 23일 '지배구조 내부 규범' 개정을 통해 이사회 산하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한 바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제출 기한인 오는 10월 말까지 조기 제출을 검토만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통제위원회는 은행 경영진이 내부통제 관리와 조치, 이사회 보고 등 의무를 적절히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진은 물론 이사회에도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농협은행은 다음주 예정된 '금융위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쓴소리를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하며, 금융권 주요 현안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농협은행 본점 전경. [NH농협은행 제공]
농협은행 본점 전경. [NH농협은행 제공]

최근 은행권의 잇따른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문제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부에 있는 불합리한 관행, 잘못을 바로잡거나 조직을 개편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내부통제는 그룹 내부의 분위기에도 좌우되는 편이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직장 내 괴롭힘이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으로 꼽혔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처 제출받은 '은행 직장 내 괴롭힘 신고·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최근 3년간 농협은행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10건으로 가장 많이 신고됐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5건 가운데 3건이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성과 지상주의와 경직된 조직문화가 직장 내 괴롭힘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라며 "억대 연봉에도 은행을 떠나는 직원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 속 농협은행이 이석용 행장의 연임은 물론이고, 경영 승계 절차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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